수거대상 독감백신접종 554명…전문가"안전성 선뜻 단언 어려워"(종합)
정부조달 물량 접종자 중 이상 반응 사례는 총 12건…"현재는 증상없어"
일부 환자·의료진 "여전히 불안…정부 발표 못 믿어"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상온 노출 의심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자 중 554명은 수거·폐기 대상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백신 유통 과정에서 냉장 유통 원칙을 지키지 않아 접종이 중단된 독감백신에 대한 품질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상온 노출이 의심돼 접종이 중단된 독감 백신을 맞은 사람은 총 16개 지역, 3천45명으로 늘었다. 지난 4일 15개 지역, 2천296명에서 이틀 새 749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수거 대상 물량 접종 사례는 총 7개 지역, 554명이다.
수거 대상 물량은 유통 과정 중 적정 온도(2∼8℃)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0℃ 미만 조건에 노출된 만큼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자들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재접종 여부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조사 대상 정부조달 물량 접종자 중 이상 반응 사례는 총 12명이다. 이 중 3명이 수거 대상 물량 접종자다. 현재는 모두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전문가 "식약처 조사 타당" vs "냉동 유통 위반 백신 접종 가이드라인 없어"
전문가들은 오는 12일께 재개 예정인 독감 백신 접종을 안심하고 받아도 되냐는 질문에 "식약처 조사가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상온 노출된 독감 백신을 맞아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선뜻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를 불활성화해 만든) 사(死)백신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들어가는) 생(生)백신보다 열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런 과학적 사실이 식약처 조사 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이 콜드체인(냉장 유통)을 벗어난 후 검사를 거치면 접종이 가능하다는 국제 가이드라인은 찾아볼 수 없다"며 "맞아도 안전하다고 (국민들에게) 선뜻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식약처에서 사용한 품질 검사 기준은 백신 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할 때 품질에 적합한지를 판별하기 위한 기준이지, 콜드체인을 벗어났을 때 검사할 기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콜드체인을 위반한 백신이 사용 가능한지 평가하는 국제적인 지침이 있냐'는 질문에 "통일된 국제적인 지침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 환자·일선 의료현장 "여전히 불안하다"
환자들과 일선 병원에서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이날 브리핑 이후에도 "조금 전 뉴스에서 독감 상온노출 백신 수거대상이 호남 쪽에도 있었다는데 괜히 미리 맞았나 싶다. 무료 독감을 유료로 놔준다는 말도 있어서 불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누리꾼은 "혹시 지금 돈 주고 맞는 백신도 오염된 건가. 맞긴 맞아야 하는데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료현장에서는 유료 독감 백신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 물량 부족과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운영하는 모 원장은 "무료 백신에 문제가 생기면서 백신 공급량은 줄었는데, 환자들 불평은 배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환자들은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라 모두 유료 백신을 찾는다"며 "올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이전과 달리 백신 제조사, 유통 과정을 모두 따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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