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타이항공, 도넛 팔고 기내식 배달도 '살아남자' 닮은꼴
항공기 묶여 수익 창출 '올인'…기내식 배달 세트 최고가는 76만원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세계 10위권 내 유수 항공사로 동남아를 대표하는 싱가포르항공과 타이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돈 되는 일은 뭐든지 한다'는 닮은 꼴 행보로 눈길을 끈다.
특히 객실 모양 식당을 만들거나 초대형 여객기를 아예 식당으로 개조하는가 하면, 서민용 도넛 판매에서부터 부유층을 겨냥한 기내식 배달서비스 까지 먹거리 부업이 눈길을 끈다.
선수는 타이항공이 쳤다. 그만큼 사정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원래도 방만 경영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법정 관리 신세가 됐다.
2만여명인 전체 직원의 30%가량인 6천명 이상이 해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돈 되는 일'은 무엇이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양새다.
타이항공은 지난달 초 방콕 시내 본사 건물 2층에 비행기 객실을 닮은 레스토랑을 열었다.
항공기처럼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구역도 분리되고, 항공기 기내식을 만들었던 셰프가 직접 요리를 만들어 판매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항공기 여행을 그리워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항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본사 건물 앞 등 5곳에서 가스통은 물론 커다란 튀김 기구까지 설치해 놓고 태국 서민들이 좋아하는 튀김 도넛까지 판매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튀김 도넛은 태국인들이 아침 대용으로 먹는 것이다 보니, 아침마다 본사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설 정도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온라인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찬신 뜨리누착론 타이항공 회장 대행은 "튀김 도넛 판매로 하루 40만∼50만바트(약 1천400만∼1천800만원), 한 달에 약 1천만바트(약 3억7천만원)을 벌었다"고 말했다.
찬신 회장 대행은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항공도 뒤질세라 '벤치 마킹'에 나섰다.
싱가포르항공 그룹 역시 코로나 사태로 싱가포르항공과 실크 항공, 스쿠트항공 직원 4천300명을 감원할 계획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싱가포르 항공은 이달 말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에어버스사의 A380을 임시 식당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380은 최대 853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세계 최대 여객기다.
손님들은 점심 전에 기내를 둘러볼 수 있고, 식사할 좌석 등급을 선택할 수 있다. 또 기내식을 즐기며 영화 등 오락 프로그램을 관람할 수 있다.
싱가포르 항공은 또 5일부터는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에서 제공되는 기내식과 같은 음식을 자택에서 즐길 수 있는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현재 57건의 주문이 접수됐다.
이 중 절반 가량(56%)은 일등석 기내식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가격은 일등석이 448 싱가포르 달러(약 38만원)부터, 비즈니스석은 288 싱가포르 달러(약 25만원)부터 각각 시작한다.
와인과 함께 고급 브랜드 어메니티(생활용품) 키트도 포함된다.
여기에 고급 도자기 찻잔이나 유리컵 등이 더해지면 일등석 최고급 기내식 세트는 888 싱가포르 달러(약 76만원)에 달한다. 비즈니스석 최고급 기내식 세트는 388 싱가포르 달러(약 33만원)가 최고다.
두 항공사는 이밖에도 조종사 훈련에 사용되는 시설인 비행 시뮬레이터(모의 비행 장치) 체험 상품도 앞서거나 뒤서거니 내놓으면서 수익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싱가포르항공과 타이항공은 지난해 영국 항공서비스 조사기관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발표한 세계 최고 항공사 순위에서 각각 2위와 10위를 차지했다. 동남아 항공사로서는 순위가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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