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서 대선불복 시위 8주째 이어져…"최대 10만명 이상"
"정치범 석방 등 요구"…구치소 수감자 1명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동유럽의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8주째 이어졌다.
BBC 방송,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수도 민스크를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야권의 가두시위가 벌어졌다.
BBC 방송은 수도 민스크의 '민스크-영웅도시' 기념탑 인근에 수천 명이 모였다고 전했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민스크 시위 참가자가 10만명을 넘었다고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시위대는 지난 8월 실시된 대선 부정과 루카셴코 대통령의 6기 취임 등에 항의하고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이날 밤 민스크 서쪽 외곽에 있는 정치범 수용 구치소까지 행진했다.
전날 불법 시위 참가 혐의로 이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남성 1명이 두개골 골절 등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숨진 데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구치소에선 수감자들에 대한 고문과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불법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
민스크 외에 다른 도시들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서부 도시 그로드노에선 진압 요원들이 아버지와 함께 시위에 참가한 13세 소녀의 얼굴에 최루가스를 분사해 비난을 샀다.
이들을 연행한 경찰은 그러나 그녀가 먼저 경찰관에게 병에 든 콜라를 뿜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벨라루스 전역에선 17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전에도 민스크에선 토요일마다 열리는 여성들의 가두시위가 벌어졌다.
벨라루스에선 지난 8월 9일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루카셴코는 야권의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지난달 23일 전격적으로 공식 취임해 6기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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