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조기퇴원안에 "있을 수 없는 일" 의료전문가 손사래
고령·복합약물 치료 탓 '위험할 수 있다' 진단
"의사 아닌 보좌관 희망"…주변직원들 옮을라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르면 5일(현지 시간) 퇴원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 감염병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조기 퇴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새벽 자신과 부인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사실을 알렸고, 같은 날 오후 늦게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했다. 그가 5일 퇴원한다면 이는 입원 사흘만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의 감염병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정을 되찾았더라도 그가 70대 고령인 데다 임상 자료가 많지 않은 복합적인 약물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건강 상태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로버트 웍터 샌프란시스코 의대 학장은 "누구든 코로나19에 걸린 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치료를 받고도 사흘 만에 퇴원하려면 담당 의사의 지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백악관 의료팀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을 처방할 상태의 환자를 3일 만에 퇴원시킨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미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지난 5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을 승인받았다. 이후 중증 환자 치료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덱사메타손은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시험 결과 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상당히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받은 치료제다.
이 약물은 가격이 싸면서도 효과가 좋은 약이지만, 인체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어 중증 환자에게만 투여되는 약물이다.
감염병 전문가인 윌리엄 샤프너 밴더빌트 의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에 대해 "의료적인 관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퇴원은 의사가 아닌 대통령의 정치적 보좌관들이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첫 증상 이후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특히 취약하다는 게 의료계 정설이다. 이 기간에는 비교적 건강해 보이는 환자도 바이러스 자체나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의료계는 설명한다.
로셸 월렌스키 매사추세츠 제너럴호스피털 전염병 과장은 "(코로나19 약물치료) 모두가 데이터 없는 영역이며, 우린 그저 모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스테로이드 투여를 포함한 '혼합 치료법'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쓰고 있다는 것은 그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는 주치의들의 발표와 모순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백악관 의료팀 숀 콘리 주치의는 지난 3일 아침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덱사메타손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콘리는 X-레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 사진상 트럼프 대통령의 폐에 손상이 있는지, 대통령이 음압 병실에 있는지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조슈아 바로카스 보스턴대 의대 조교수는 "전염병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의 퇴원은 그의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요리사, 집사 등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안전까지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