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이어폰으로 커닝?…대선 임박 근거없는 소문도 확산
트럼프 지지자들 주장 SNS로 확산
트럼프 캠프도 정치광고 이용해 공격
바이든 "사실 아냐"…언론 팩트체크도 헛소문 판정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인 민주당 조 바이든이 첫 TV 토론에서 이어폰을 몰래 착용하고서 실시간으로 누군가의 코치를 받았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정치광고에 이용하면서 근거 없는 루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5일 BBC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는 지난달 29일 첫 대선 TV 토론 직후 바이든 후보가 무선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을 사진으로 합성하고 "조가 토론 중간에 휴식 시간을 구걸하고 있다. 그의 귓속을 체크하라! 그는 약물검사와 귓속 전자장치 검사도 거부했다!"고 선전하는 정치광고를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사진 하단에는 "졸린 조(Sleepy Joe)를 멈춰라. 왜 졸린 조는 귓속 검사를 안 받으려 하나. 그의 귀에는 누가 들어가 있나"라고 적었다. '졸린 조'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조롱하면서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다.
바이든이 대선 TV토론에서 규칙을 어기고 소형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서 실시간으로 누군가의 코치를 받으며 토론에 임했다고 암시하는 주장이다.
BBC방송은 이런 식의 온라인 광고는 15개의 버전이 있다면서 최소 1천만명이 이런 근거 없는 정치광고에 노출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가 이 정치광고를 만들기 전부터 그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이든이 이어폰을 끼고 실시간으로 외부의 도움을 받았다는 루머가 급속도로 퍼졌다.
일부는 TV토론 당시 바이든의 귀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제시하고 그 안에 이어폰이나 소형 전자장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든이 토론회 당일 입은 셔츠에도 수상한 전자장치가 보인다거나, 그가 손목에 정체불명의 와이어를 차고 있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나 당일 바이든의 영상과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은 팩트체크 기사에서 바이든의 손목에 있는 것은 세상을 먼저 뜬 아들을 기려 평소 차고 다니는 묵주이고, 셔츠에 수상한 장치로 보이는 것도 사실은 셔츠가 구겨진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캠프가 주장하는 '설'이 당연히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민주당 대선 캠프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인 케이트 베딩필드는 트럼프 측의 주장에 관해 TV토론 직후 "바이든은 당연히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았고, 휴식 시간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후보들이 TV토론에서 몰래 이어폰을 통해 외부 도움을 받았다는 루머는 대선 국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비슷한 의혹을 제기했고, 2004년에도 좌파성향 사이트와 블로그들에서는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가 비밀 이어폰을 통해 누군가로부터 실시간 코치를 받는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 어떤 루머도 사실로 밝혀진 바는 없다.
대선 TV토론처럼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시청하고, 상대방·사회자와 즉각적으로 말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이어폰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토론에 임하는 것은 아주 숙달된 사람이 아니라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BBC방송은 "베테랑 TV·라디오 진행자들도 실시간 토론이나 방송에서 누군가로부터 이어폰을 통해 조언을 받는 동시에 끊임없이 상대방과 말을 주고받으며 발언하는 것은 숙달하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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