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나섰나'…트럼프 안좋은 상태 알렸다가 격노 산 비서실장

입력 2020-10-05 07:59
수정 2020-10-05 09:39
'괜히 나섰나'…트럼프 안좋은 상태 알렸다가 격노 산 비서실장

의료팀 낙관적 브리핑과 달리 "상태 우려스러웠다" 언급해 논란

트럼프 "잘못된 메시지 전달" 분노…이마 문지르는 사진 찍혀 입소문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마크 메도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초기 증상이 우려스러웠다고 언급했다가 분노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상태가 아주 좋다"고 한 의료진의 설명과 상반되는 내용을 언론에 익명 당국자로 알렸다가 이것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실제보다 나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4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관련 취재에 나선 풀 기자단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한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열린 의료팀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당시 의료팀은 "대통령은 오늘 아침 상태가 아주 좋다", "지난 24시간 동안 열이 없었다"며 긍정적인 소식만을 전했다.

그런데 회견이 끝난 뒤 메도스 실장이 풀 기자단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활력징후가 지난 24시간 동안 아주 우려스러웠고 치료에 있어 향후 48시간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아직 완전한 회복을 위한 분명한 경로에 들어선 건 아니다"라고 상반된 내용을 전했다.

메도스 실장은 자신의 발언을 익명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동의했다.

메도스 실장이 왜 이런 태도를 보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아마 의료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호흡기 사용 여부나 발병시기 등 각종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낙관적 내용만 반복한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메도스 실장의 발언은 곧바로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 발로 주요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려진 것보다 코로나19를 심하게 앓았다는 정황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비중 있게 다뤄진 것이다.

당시 의료팀 회견 후 메도스 실장이 풀 취재단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잡혔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는 이후 아예 메도스 실장의 실명을 박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특히 의료진 브리핑과 상당히 다른 메도스 실장의 발언은 백악관이 대통령의 건강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다는 비판적 보도로도 이어졌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료팀의 평가를 반박하는 내용을 전한 메도스 실장에게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메도스 실장이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격분했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CNN에 메도스 실장이 의료팀 브리핑의 신뢰성을 손상한 것으로 비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주치의인 숀 콘리는 브리핑 전 트럼프 대통령과 미리 내용을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콘리 주치의는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는 자신과 메도스 실장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메도스 실장의 발언을 언론이 곡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메도스 실장은 이날 의료팀의 브리핑 때도 회견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채 옆에서 이를 지켜봤다.

로이터통신은 메도스 실장이 병원 밖의 브리핑 장소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양손으로 머리를 문지르는 장면을 찍어 이를 트위터에 올렸고 이 사진은 입소문을 탔다.

AP통신의 한 기자는 "이 사진은 그의 주말에 대해 최소 1천개의 단어를 말하고 있다"고 품평했고, 또 다른 언론인은 "메도스 실장이 지난 목요일 이후 아마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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