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때리기 세질까" 中, 트럼프 확진 역풍 우려 속 내부단속

입력 2020-10-04 19:12
"중국 때리기 세질까" 中, 트럼프 확진 역풍 우려 속 내부단속

중 관영매체 편집인 "트럼프, 대가 치렀다" 트터에 썼다가 삭제



(서울=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중국 정부가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중국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이 미국의 대중 강경노선을 강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이보와 인민일보, CCTV 등 중국의 주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관영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과 관련한 논평을 내는 것을 중단했다.

이런 검열 강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에 대해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CNN은 분석했다.

CNN은 전 세계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관련 소식을 중점적으로 보도하는 가운데, 중국 관영 CCTV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은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이 알려진 직후 중국 매체들은 이를 조롱하는 듯한 논평을 잇달아 냈었다.

미국에 대한 강경론을 펴온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영문으로 "코로나19를 얕본 도박의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중국 웨이보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코로나19 확진'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의 조회 수가 17억회, 댓글이 40만개를 훌쩍 넘길 정도였다.

관련 기사 댓글 가운데는 "코로나19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기기를 바란다", "(중국 명절인) 국경절(10월 1일) 선물이다" 등 조롱성 내용이 많은 공감을 받았다.

하지만 후시진 편집인은 이후 자신의 영문 트위터 글을 삭제해버렸다. 나아가 그는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니 슬프다. 신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리트윗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돼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류웨이둥(劉衛東) 미·중 관계 연구원은 "확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일 수도,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면서 "어느 쪽이든 트럼프가 강력한 중국 때리기 전술을 쓰는 걸 정당화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중국해양대학 팡중잉(龐中英) 교수도 "이번 일이 미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재선에 도움이 될지 등은 불분명하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중국에 나쁜 소식"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미 우파를 중심으로 대중 강경 노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켈리 뢰플러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중국이 우리 대통령에게 바이러스를 줬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 기금 모금자인 블레어 브란트도 트위터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우리 대통령을 생물학적으로 공격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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