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장성 "한국전쟁 참전, 美 천하무적 신화 깨뜨려"

입력 2020-10-03 12:40
중국군 장성 "한국전쟁 참전, 美 천하무적 신화 깨뜨려"

항미원조 70주년 앞두고 "당시 투쟁정신 계승해야"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미중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군의 한 장성이 자국의 한국전쟁 참전에 대해 "미 제국주의가 천하무적이라는 신화를 깨뜨렸다"고 평가하면서 당시의 투지를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군사과학원 특별초빙 수석 전문가 허레이(何雷) 중장은 항미원조(抗美援朝·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으로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의미) 70주년 기념일(25일)을 앞두고 최근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허 중장은 한국전쟁과 관련해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 주석이 미중간 힘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선견지명을 갖고 참전을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약자가 강자를 이기고, 우세한 장비를 갖춘 적을 열악한 장비로 물리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며 "미 제국주의는 천하무적이라는 신화를 깨뜨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전 세계가 격변을 겪고 있으며 중국 안보에도 심각한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한국전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49년 신 중국 성립 후 미국은 중국을 정치적으로 고립, 경제적으로 봉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등 적대 정책을 취했다"면서 "항미원조는 미국의 사고를 거부하는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또 "참전은 항미원조뿐만 아니라 중국을 보호하고, 중국의 장기적이고 안정적·평화적인 환경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한국전쟁 승리로 70년 가까이 평화발전 시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 중장은 "한국전쟁의 연기는 오래전 사라졌지만, 현대전쟁의 뿌리는 절대 없어지지 않았다"면서 "오늘날 세계는 절대 평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권주의와 강권정치가 여전하고, 국지전과 무장충돌이 끊이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안보형세는 엄중하고 복잡하다. 전쟁에 직면할 위협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상을 버리고 위기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항상 전투 중인 팀이라는 사상을 굳게 수립해야 한다"면서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의 투쟁정신과 투쟁기술을 계승·발전하고 전투의지를 강력히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중국이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일을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은 지난달 19일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단둥(丹東)에서 항미원조 기념관을 재개관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섰고 같은 달 27일에는 한국에서 인도받은 한국전쟁 참전군인 유해 귀국 행사를 대대적으로 생중계했다.

다만 선즈화(沈志華) 중국 화둥사범대 교수는 미중간 긴장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한국전쟁의 중요성을 선전하는 게 중국의 이익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 교수는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우쭐대다가 큰코다치지 않도록, 또 이미 악화한 미중관계가 더욱 복잡해지지 않도록 올해는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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