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소비회복에 달렸는데…양극화만 심화하나
고급차·마오타이 사치재 호황, '코로나 타격' 서민층은 허리띠 졸라매
8일간 국경절 황금연휴, 중국 소비활력 부활 '시험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올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경제 성장을 이뤄내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진한 소비가 경제 회복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중국의 소비가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폭넓은 경제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중국의 소매판매와 소비 반등 부진 탓에 경기 회복이 지속 가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전했다.
SCMP는 세계은행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에 달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작년 소비가 전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한 비중이 56%에 달했던 만큼 중국의 경제 전망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다시 열기 시작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소비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는 지난 9월 작년 동월 대비 0.5% 증가했다. 코로나19 충격의 여파 속에서 올해 들어 월간 소매판매가 작년보다 늘어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었다.
소매판매 회복 추세는 긍정적이지만 산업생산, 투자, 수출 등 다른 지표에 비하면 회복세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중국의 작년 한 해 소매판매 증가율은 8%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3억명에 가까운 농촌 출신 도시 이주 노동자인 농민공을 포함한 많은 저소득층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아 최근의 경기 회복 조짐에도 완전한 회복이 나타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노무라증권의 루팅(陸挺)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완전한 경기 회복은 요원하고 특히 소비와 관련된 부분은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의 소매 판매 개선은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은 부유층에 주도되는 특징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소비 부진 속에서도 값비싼 사치재가 특히 예전보다 더욱 잘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SCMP는 "중국 부유한 소비자는 사치품 구매를 크게 늘렸지만 저소득 노동자는 더 값싼 대안 상품을 찾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양극회된 소비 행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유층은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과 쇼핑을 즐기지 못하게 되자 국내에서 사치성 소비재 구매를 늘리고 있다.
노무라 보고서에 따르면 8월 고급 차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1∼8월 고급 차의 시장 점유율도 작년의 11%에서 14%로 높아졌다.
술도 비싼 것만 더 잘 팔린다. 한 병에 수십만원씩 하는 술을 파는 마오타이와 우량예의 매출액은 올해 각각 11%, 13% 상승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다른 10여개의 주류 회사들이 최소 15% 이상 매출이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루 연구원은 "코로나19는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입혔고 부유층은 재정적 타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SCMP는 "이런 소비 양극화는 경기 반등을 이끌기 위해 소비를 활성화하려는 중국의 국가 목표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냉전으로 평가되는 미중 갈등 격화 속에서 중국은 최근 내수 시장에 발전의 중심을 싣는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경제 발전 전략을 주창하고 있다.
해외 경제와 긴밀한 연결망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대순환을 힘껏 발전시켜나간다는 쌍순환 전략은 미중 신냉전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례 없는 대외 환경 악화에 따라 내부 의존도를 최대한 높이는 대신 외부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중국이 내수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1일부터 오는 8일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국경절 황금연휴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특히 침체했던 여행, 교통, 영화관, 외식 등 서비스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한 소비 활력의 회복 여부를 가늠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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