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안보법이 평화적 생존권 침해' 손배소 청구 또 기각

입력 2020-10-02 11:38
日법원, '안보법이 평화적 생존권 침해' 손배소 청구 또 기각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만든 안보관련법이 평화로운 생존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또 기각당했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군마(群馬)현 마에바시(前橋)지방법원은 군마현 주민 등 200여명이 안보관련법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만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전날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평화라는 개념은 다의적 해석이 불가피한 것이어서 원고들이 주장하는 평화적 생존권이 권리로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일본이 전쟁과 테러 행위에 직면할 위험성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점을 들었다.

원고들은 안보관련법이 무력행사를 금지하는 헌법을 실질적으로 개정하는 효과를 내는 것임에도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아 중대한 권리가 침해된 점과 이들 법 때문에 일본이 전쟁과 테러에 휘말릴 것이라는 불안과 공포를 겪는 점을 들어 배상을 요구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집권기인 2015년 미·일 안보 조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헌법 해석을 임의로 변경해 그동안 부인하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무력공격사태법 등 안보관련법을 제·개정해 2016년 3월부터 시행했다.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을 경우 등에 무력행사를 통해 다른 나라를 보호하는 개념인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안보관련법이 시행된 뒤 자위대가 미군 함정과 항공기를 지키는 '무기 등 방호' 임무를 수행하고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도 참여하는 등 자위대와 미군의 일체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현행 헌법(9조)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안보관련법의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는 변호사들로 구성된 '안보법제 위헌소송 모임' 지원으로 총 7천700여명이 헌법 취지에 어긋나는 안보관련법이 평화적인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 22건을 제기했다.

이번 마에바시지법 판결은 그중에서 7번째로 나온 판결로, 지금까지 원고 측은 모두 패소했다.

원고 측의 오쓰카 다케이치(大塚武一) 변호사는 마에바시지법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사법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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