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프 "아제르·아르메니아 휴전해야"…터키 "개입말라"(종합)

입력 2020-10-02 01:56
미·러·프 "아제르·아르메니아 휴전해야"…터키 "개입말라"(종합)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닷새째 교전…사상자 급증

미·러·프 정상 휴전 촉구 공동성명 발표

터키 에르도안 "30년간 무시해놓고 개입말라"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미국·러시아·프랑스 정상이 교전 중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지난달 27일부터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놓고 교전 중이며, 미국·러시아·프랑스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스크 그룹'의 공동 의장국이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를 개탄하고 사망자와 부상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양측의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지도자에게 민스크 그룹 공동의장국의 후원을 받아 전제 조건 없이 성실하고 실질적인 협상을 재개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교전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사상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개전 이후 이날까지 아르메니아의 사상자가 2천300명에 달한다고 밝혔으며,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이 920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전부터 같은 튀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해온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을 돕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미국·러시아·프랑스는 이 문제를 30년 가까이 무시해왔다"며 "그들이 개입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전은 오직 아르메니아가 불법 점령지인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철수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터키는 아제르바이잔의 최대 우방으로 양국 국민은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서로를 형제국으로 인식한다.

아르메니아는 터키가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의 친터키 반군을 나고르노-카라바흐에 투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은 이를 부인했으나, 프랑스와 러시아는 시리아와 리비아의 무장세력이 나고르노-카라바흐로 이동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지역으로 1920년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소련에 귀속된 직후에는 아르메니아의 영토에 속했다.

그러나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24년 행정 편의와 아르메니아 민족주의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아제르바이잔으로 복속시켰다.

소련이 붕괴하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독립공화국을 설립한 뒤 아르메니아와 통합하겠다고 선포했으나, 아제르바이잔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은 1992∼1994년 전쟁을 치렀다.

현재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법적으론 아제르바이잔 영토지만 실효적으론 아르메니아가 지배하는 분쟁지역으로, 미승인국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2017년 '아르차흐'로 명칭을 바꾸었다.

미국·러시아·프랑스는 1992년부터 민스크 그룹을 구성해 나고르노-카라바흐 문제를 논의해왔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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