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평 후기 명예훼손 고소에…태국호텔협회 "받아들여야" 쓴소리
트립어드바이저도 "의견 표명 처벌 반대…주태국 미국대사관 접촉"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의 한 리조트가 부정적인 이용 후기를 남긴 미국인 고객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일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태국호텔협회조차 고소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후기가 실렸던 여행전문사이트는 태국 주재 미국 대사관과 접촉했다.
30일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호텔협회(THA)의 마리사 수코손 눈박디 회장은 "호텔들은 그것이 좋은 내용이건 나쁜 내용이건 간에 고객들로부터 피드백(feedback·의견)을 받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꼬창섬의 씨뷰리조트는 미국인 웨슬리 반스씨가 트립어드바이저와 구글에 리조트에 대한 부정적인 이용 후기 글을 수차례 올려 리조트 명성에 해를 입었다며 지난주 고소했다.
반스씨가 후기에서 리조트 상급자가 하급자를 다루는 방식을 노예를 빗대 비판한 것 등도 문제 삼았다.
마리사 회장은 만약 고객의 이용 후기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호텔 측은 먼저 후기가 올라간 플랫폼과 연락해 게시물을 내려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다"면서 "호텔의 서비스와 경쟁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긍정적 의도로 고객이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리사 회장은 씨뷰리조트가 회원사이기는 하지만, THA가 이 문제에 개입할 수는 없으며 당사자들이 최대한 정직하게 이 문제에 임하기를 촉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태국 관광청(TAT)의 유타삭 수빠손 청장도 해외의 잠재적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상황을 잘 관찰해야 한다면서도 이미 법적 조치에 들어간 만큼, TAT가 중재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범위는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반스씨가 부정적 후기를 올렸던 여행 전문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사법 처리 반대 방침을 밝혔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여행객이 의견을 밝힌 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한다"면서 "감사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이런 조치는 보기 힘들어서 수많은 여행객은 형사 고발 위험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리조트측의 명예훼손 고소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트립어드바이저는 이와 함께 이번 일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주태국 미국 대사관에도 연락을 취했다고 AP·EFE 통신은 전했다.
'악평 후기'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 사태를 놓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용 후기 때문에 징역형 위험에 처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과 현지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반론이 옥신각신하는 상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반스씨는 현재 직장을 잃었다면서, 징역형에 대한 두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그는 통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조트측과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곧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명예훼손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2년의 징역형과 20만 밧화(약 74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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