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흉기테러 용의자 신원 속인 채 2년 전 입국…"방화도 계획"
18세 아닌 25세…미성년자 신분으로 프랑스 넘어와 정부 지원 받아
검찰, 살인미수·테러공모 혐의로 기소…"파키스탄 강경정당 영상 봤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파리에서 이슬람을 모독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복수하겠다며 흉기를 휘둘러 2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가 과거 신분을 속인 채 프랑스에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프랑수아 리카르 테러담당검사는 2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조사 과정에서 밝힌 이름과 나이가 실제와 달랐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AFP 통신, 프랑스앵포 라디오 등이 전했다.
용의자는 애초 자신을 2002년 8월 10일 파키스탄에서 태어난 '하산 알리'라고 진술했지만, 그의 휴대전화에서 1995년 1월 21일 파키스탄에서 태어난 '자히어 하산 마흐무드'의 여권 사진이 발견돼 신원을 속인 게 들통났다.
알고 보니 용의자는 이란, 터키, 이탈리아를 거쳐 2018년 8월 프랑스로 들어올 때 미성년자로 허위 신고한 것이었다. 입국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그는 성인이 될 때까지 프랑스 정부 기관 보호를 받았다.
18세 알리 하산이든, 25세 자히어 하산 마흐무드든 그 어떤 이름도 프랑스 정부가 관리하는 테러리스트 대상에는 올라와 있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용의자가 샤를리 에브도를 겨냥한 테러를 사전에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3회에 걸쳐 사전 답사를 했고, 범행 당일 흉기와 망치, 시너를 샀다는 게 그 근거다.
시너는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에 불을 지를 목적으로 준비했으며, 방화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망치까지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살인 미수, 테러 공모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할 계획이다.
용의자는 지난 25일 샤를리 에브도 옛 사옥 앞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전 촬영한 영상에서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만평 소재로 삼은 샤를리 에브도에 복수하겠다고 말했다. 2시간 분량의 이 영상은 SNS로도 방송됐다.
용의자는 테러 단체나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그가 파키스탄 강경 이슬람 정당(TLP)의 영상을 자주 시청했다고 증언했다. 용의자가 촬영한 영상에서도 TLP 대표의 이름이 언급됐다.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다친 피해자는 인근 방송사 '프미에르 린느'에 근무하는 28세 여성과 32세 남성이다. 두 사람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남성 피해자는 두개골을 심하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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