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위기 고조] ① "11월 3일 중국이 대만 침공"…섬뜩한 경고
군사대치 속 '일촉즉발' 상황 빈발…"1996년 미사일 위기 이후 최악"
보안법 앞세워 홍콩 '평정'한 중국, 다음엔 대만 겨냥하나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대만 주변의 하늘과 바다에서 중국과 대만·미국의 군용기와 군함의 활동이 매우 잦아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신냉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이 심각해진 가운데 대만 해협에서 미중 양국 간 군사적 충돌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국지적·우발적 충돌 수준을 넘어 중국군이 기습적으로 대만을 전면 무력 침공하는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마저 불거지고 있다.
◇ 전례 없는 중국의 대만 압박에 미국 '용감한 방패'로 경고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한 지난 17일, 대만 공군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
H-6, J-16 등 중국군 전투기와 폭격기 18대가 대거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고 나서 곧장 대만섬 방향으로 돌진하는 항적이 방공 레이더에 포착된 것이다.
대만 전투기들이 긴급히 접근해 무전으로 퇴거를 요구했지만 중국 군용기들은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간주되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한참 넘고 나서야 기수를 중국 본토 방향으로 틀어 돌아갔다.
다음 날에도 19대의 중국 군용기가 전날과 마찬가지로 대만을 향해 돌진하다가 돌아갔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 국무부의 최고위급 관리가 대만을 공식 방문한 것에 반발해 중국이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중국군의 이런 도발적 행동은 최근 급속히 고조된 '대만 위기'의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은 수시로 군함과 군용기를 대만 인근에 보내 노골적인 힘의 대결을 벌이는 모습이다.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은 특히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 이후 부쩍 고조됐다.
중국 동부전구 소속 로켓군이 유사시 대만 공격에 쓰일 수 있는 둥펑(東風·DF)-11A 미사일 10발을 일제히 발사하는 드문 훈련을 벌였고, 중국 인근 여러 해역에서 동시다발로 실사격 훈련이 진행되는 등 최근 중국군은 거의 연일 육·해·공군 전력을 동원해 대만을 겨냥한 실전적 훈련을 진행 중이다.
미국도 토마호크와 하푼 미사일을 실사격하는 등 지난 25일까지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해를 포함한 서태평양 일대에서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2020) 훈련을 실전처럼 진행하며 중국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 태평양함대는 인터넷에 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끄는 항모전단과 B-1B 랜서 폭격기 등이 하늘과 바다에서 대규모 진형을 짠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올해 들어 거의 매달 정례적으로 해군 군함을 중국이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에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또 EP-3E, E-8C 등 미국 정찰기들도 대만 주변 공역에 수시로 나타나 중국군의 활동을 면밀히 주시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군의 군사 압박에 맞선 대만군 전투기 초계 활동과 방공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대응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대만 인근에서는 중국군과 미군, 대만군이 뒤섞인 '난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 "미국 대선일, 차기 대통령 취임식 날 중국 침공 위험"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일부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머지않은 미래에 기습적으로 대만을 전면 침공해 '통일 위업'을 달성하려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해군차관을 지낸 세스 크롭시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지난 17일 의회 전문지 더힐에 '미국 선거일이 대만에는 위기가, 중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크롭시 연구원은 "미국의 당파적 적개심이 너무나 격렬해진 상태여서 11월 (미국 대선에서) 나오는 어떤 결과도 이의 제기를 받게 될 것"이라며 "권력 이양 위기에 휩싸인 국가는 큰 힘의 갈등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에는 11월 3일보다 더 좋은 (대만) 공격 순간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지적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편 투표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해 미국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과 퇴역 제독인 제임스 윈펠드은 지난 8월 해군대학 저널에 실은 글에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을 전후해 중국이 대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새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미국 내 정치 환경이 복잡해질 것이고, 만일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새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사 결정 능력 체계가 아직 완비되지 않아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 이후 뜨뜻미지근한 서방의 '징벌'이 중국의 대만 무력 사용 충동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주의 연구 권위자인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후버연구소의 팟캐스트와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대만에 무력을 사용해도 징벌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여긴다"며 "그들이 홍콩을 정복하고 나서 서방은 무능하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고) 허풍을 떤다고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날로 강도가 높아지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 속에서 대만에서도 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대만의 안보 전문가인 린위팡(林郁方)은 지난 17일 열린 안보 좌담회에서 현재 양안 상태가 1995∼1996년 '미사일 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이 과장됐다고 평가한 쪽이었는데 최근 들어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중국은 대만의 첫 민선 총통 선거를 목전에 둔 1996년 3월 대만 남북부의 양대 항구인 가오슝(高雄)과 지룽(基隆) 앞바다를 겨냥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인민해방군은 이 시기를 전후해 육해공 3군 합동 훈련 등 15만 대병력을 동원한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도 항공모함을 두 척이나 대만 근해에 배치하면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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