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먹는 '페테이스'보다 6배 빠른 슈퍼효소 개발

입력 2020-09-29 16:56
플라스틱 먹는 '페테이스'보다 6배 빠른 슈퍼효소 개발

PET 처리 "새 희망"… 가디언 "1~2년 안 재활용에 이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플라스틱을 먹는 효소 '페테이스'(PETase)를 만들어낸 영국 과학자들이 페테이스와 또다른 효소를 섞어 플라스틱 분해 속도를 최대 6배까지 높일 수 있는 '슈퍼효소' MHETase-페테이스를 개발해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MHETase'로 알려진 플라스틱 먹는 두 번째 효소 역시 페테이스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병을 먹고사는 박테리아에서 발견됐다.

페테이스는 물병에서 옷, 카페트 등에 이르기까지 가장 흔히 쓰이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기본 구성요소로 되돌려 놓아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게 하는데, 자연 상태에서 수백년이 걸리는 분해 과정을 불과 수일로 단축할 수 있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효소혁신센터(CEI) 소장 존 맥기헌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페테이스와 MHETase를 결합한 플라스틱 분해 효소에 대한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두 효소는 단순히 섞어놓는 것만으로 분해 속도가 두 배로 향상됐으며, 두 효소를 유전자 조작으로 결합해 MHETase-페테이스로 만들면 분해량이 3배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기헌 교수팀은 앞서 자연 상태의 페테이스 효소 유전자를 조작해 PET 분해 과정을 약 20%가량 빠르게 하는 성과를 내놓은 바 있다.

가디언지는 이 슈퍼 효소가 1~2년 내에 플라스틱 재활용에 이용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면직물을 분해하는 효소와 결합하면 옷 폐기물을 재활용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강력한 X선을 개별 원자까지 볼 수 있는 현미경으로 활용하는 싱크로트론인 '다이아몬드 광원'(Diamond Light Source)을 이용해 MHETase 효소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하고 슈퍼효소를 만들어냈다.

맥기헌 교수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선임 연구원 그레그 베컴 박사와 대화 중 플라스틱 표면을 공략하는 페테이스와 잘게 써는 역할을 하는 MHETase를 섞어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우연히 논의하게 됐으며, 첫 실험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뒤 유전자 조작으로 둘을 연결하는 방안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쪽 연구소가 큰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면서 "우리가 새로 만든 키메라 같은 효소가 자연상태에서 서로 떨어져 있을 때보다 최대 세 배까지 빨라지면서 더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을 보고 기뻤다"고 했다.

플라스틱을 먹는 효소인 페테이스 발견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에 희망을 던져주는 것이기는 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수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상업적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MHETase와 결합해 최대 6배나 분해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향한 또하나의 플라스틱병 도약이 이뤄지게 된 것으로 평가됐다.

페테이스와 MHETase-페테이스 모두 PET 플라스틱을 소화해 원래 구성요소로 되돌려 놓는데 이는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플라스틱을 무한정 만들고 재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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