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승계' 정용진·유경 남매, 증여세만 3천억원 내야

입력 2020-09-29 14:59
수정 2020-09-29 15:14
'신세계 승계' 정용진·유경 남매, 증여세만 3천억원 내야

현금 납부 무게…"이마트-신세계백화점 각자 책임경영 강화"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권혜진 기자 =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자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이들 남매가 내야 할 증여세와 납부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명희 회장은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각각 증여했다.

증여 이후 정용진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18.55%,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지분은 18.56%로 높아졌다.

반대로 이명희 회장의 지분은 각 회사에서 10%로 낮아지며 두 회사의 최대주주가 이 회장에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으로 바뀌었다.

재계 관심은 증여세로 쏠리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이마트 증여주식은 3천244억원, 신세계 증여주식은 1천688억원어치로, 총 4천932억원 규모다.

증여세율은 증여금액이 30억원을 넘으면 50%다. 여기에 최대주주가 주식을 증여할 경우 20% 할증된다.

증여액은 신고일 기준 전후 두 달 간 종가를 평균해 결정되는 만큼 최종 증여액은 11월 29일 이후 결정된다.

주가 변동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정 부회장 남매가 내야 할 증여세는 정 부회장 1천940여억원, 정 총괄사장이 1천여억원으로 모두 3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 남매는 2006년 9월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147만여주를 증여받고 2007년 3월 시가 3천500억원에 해당하는 주식 66만2천여주를 현물로 납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에는 증여세를 현물보다는 현금으로 납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물 납부의 경우 최대 주주의 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7년에도 당시 증여세를 현물 주식으로 납부하면서 정 부회장은 지분율이 9.32%에서 7.32%로, 정 총괄사장(당시는 조선호텔 상무)의 지분율은 4.03%에서 2.52%로 낮아진 바 있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광주 신세계 등 현재 보유한 상장사들의 지분 가치가 8천300여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미 보유한 현금과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현금 납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총괄사장 역시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매각해 93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필요하면 현재 15.1%를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증여를 두고 신세계그룹의 남매 책임 경영 체제가 더욱 강화되는 동시에 계열 분리가 가속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는 정 부회장이, 신세계백화점은 정 총괄사장이 나눠서 책임 경영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회장은 각 사의 지분 10%를 보유하면서 여전히 그룹 총수로서 최종 보고를 받고 그룹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지만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정 부회장 남매의 경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KB증권은 "이번 지분 증여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예상됐던 수순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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