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관, 홍콩 관리·정치인 만날 때 중국 승인받아야
"공립·사립 교육기관이나 단체와의 만남, 화상모임도 해당"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 외교관이 홍콩의 관리나 교육기관 직원, 정치인을 만나려면 사전에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새로운 규정이 시행된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국 외교관에 대한 활동 제한 조치에 나선 가운데 중국의 제한조치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맞대응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8일 이 새로운 규정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와 그의 후임자들, 그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중국 지방정부 기관을 방문하거나 해당 기관 직원들을 만나기 전 반드시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내부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내부 문서는 "중국 공립·사립 교육기관이나 단체, 그 직원들"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공적·사적·단체·화상 모임도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한다고 구체적으로 명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중국 외교관의 미국 고등교육기관 방문이나 지방 고위 관료 회견 시 국무부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주재 중국 외교 공관에서 50인 이상 참석하는 문화행사를 주최할 경우에도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이 잘못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도록 촉구하기 위해 중국은 최근 외교각서를 보내 주홍콩 총영사관을 포함한 중국 주재 미국 공관과 직원의 활동에 대등한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등한 제한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펠릭스 청 홍콩 자유당 대표는 열흘 전 한스컴 스미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가 만남을 요청했다고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에 알리자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SCMP에 밝혔다.
청 대표는 중국 외교부 홍콩주재사무소의 관리가 "최근 규정이 미국 땅에서 활동하는 중국 외교관의 활동을 제한한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도입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콩 야당 정치인들은 새로운 규정이 미국 외교관에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신경쓰지 않겠지만, 미국 외교관이 만남을 요청하면 중국 외교부에 알렸는지는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문대 정치과학자 이반 초이는 범민주진영이 이 새로운 규정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초이는 "미중 긴장관계를 고려할 때 현재 미국 외교관을 만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면서 "그러나 민주진영이 미국 정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로비를 해야할 경우 미국 외교관을 만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SCMP는 새로운 규정이 정보 취합을 위한 만남뿐만 아니라 단순한 의견교환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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