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지는 중-러…중국, 대규모 러시아 고속도로 공사 따내
중국 국영기업, 푸틴의 중점 인프라 사업 첫 참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중 갈등 속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력을 알리는 대규모 건설 계약이 체결됐다.
나란히 서방 세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계기로 향후 더욱 밀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철도건설공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역점 인프라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첫 외국 회사로 선정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중국 기업이 러시아 국가 건설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으로, 계약 규모는 7억6천만달러(약 8천 930억원)다.
중국철도건설공사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카잔을 잇는 729㎞ 고속도로 중 107㎞ 구간의 건설계약을 수주했다.
이 구간이 2024년 완공되면 모스크바-카잔 이동시간은 현재 12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절반이 단축된다.
모스크바-카잔 고속도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중국 장쑤(江蘇)성 롄윈강까지 유럽 서부와 중국 서부를 잇는 8천㎞ 도로 건설 계획의 일부다.
전문가들은 나란히 서방 세계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상호 경제 협력을 증진하려하는 노력으로 이번 계약을 체결했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과 홍콩문제 등 미국과 여러 전선을 형성하고 있고,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에 이어 최근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독살 미수 의혹 사건으로 비판 받고 있다.
러시아 극동연방대 동방학연구소 부소장 아르티옴 루킨은 중국철도건설공사가 러시아 고속도로 사업을 따낸 유일한 외국인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루킨 부소장은 "이번 일이 잘되면 중국 회사는 러시아에서 더 많은 도로 건설사업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철도건설공사 같은 중국 회사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 회사에 일감을 주면서 중국 전문가들로부터 관련 기술 전수를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역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위해 최근 몇년간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도로, 항구, 다리, 철도 건설에 야심차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러시아에서는 관련 분야 투자나 사업 참여가 지지부진했는데, 이는 러시아 지방정부들이 중국 회사보다는 자국 회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루킨 부소장은 전했다.
루킨 부소장은 "중국철도건설공사가 모스크바-카잔 고속도로 건설을 따낸 것은 인프라 사업에서 중국의 투자가 절실한 러시아가 향후 중국과 협력을 모색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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