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증권사 '신용융자 고금리' 제동…"산정근거 밝혀라"
'빚투' 열풍 속 폭리 지적…조달·가산금리 등 공시 항목 세분화 추진
증권사 이익 구조에 타격…"신용공여 이익 전체 40%대 달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김다혜 기자 =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거센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묻지마식' 신용융자 금리 산정에 제동을 건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매수대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신용융자 금리를 합리화·투명화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와 '금융투자회사의 대출 금리 산정 모범 규준' 개선을 위한 막바지 논의 단계를 밟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은 금투협의 모범 규준에 따라 회사별로 이자율을 산정하고 있다.
해당 모범 규준은 조달금리와 가산금리를 구분한 뒤 각 회사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산정하라고만 돼 있다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사실상 '깜깜이' 금리 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모범규준에 따라 증권사들은 30일 이하 단기금리로는 4~7%대, 91일 이상 장기금리로는 7~9%대를 매기고 있다.
증권사별로 편차도 큰 편이지만, 투자자들이 산정 근거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수차례에 걸쳐 인하되는 동안 증권사들은 한 차례도 안 내린 경우가 태반"이라며 "조달 비용이 어떻게 되는지, 가산금리는 어떻게 산정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형식은 금투협의 모범규준 개선을 통한 증권사 자율 규제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 관계자도 "당국과 모범규준 항목을 세분화하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투협을 통해 증권사들의 금리 산정 개선 방식과 관련한 의견 수렴 과정도 최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은행권의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처럼 증권사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평균 비용을 객관적인 지표로 만드는 작업은 중장기 과제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산정 방식이 투명화·객관화될 경우 기준금리·시중금리 인하분 반영 등으로 신용융자 금리도 일정 부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최대인 17조원대까지 불어나며 쏠쏠한 재미를 보던 증권사들에는 수익 감소 요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의 세전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 중 신용공여(신용융자, 예탁증권 담보 융자 등)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6.4~44.1%에 달했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 44.1%, 미래에셋대우 39.3%, 삼성증권 33.9%, NH투자 28.3%, 한국투자 17.5%, 메리츠 6.4% 등이었다.
강승건·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신용공여 이자율 0.5%포인트 인하할 경우 연간 기준으로 삼성증권 160억원, 미래에셋대우 188억원, NH투자 131억원, 한국투자 133억원, 메리츠 24억원, 키움 95억원의 이자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당국의 조치가 사실상 금리 인하를 압박함으로써 '빚투'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들의 신용대출 급증 추세와 관련해서는 속도 조절을 위한 자율적 관리를 요구하면서 증권업계엔 역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정책 간 엇박자를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미 신용융자는 증권사별로 상한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라 금리를 내린다고 더 늘어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시장 상황과 맥락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 기대 수익에 초점을 맞춘 투자자들이 빚을 내가며 진입하는 구조인 데다가 이미 상당한 규모의 신용융자가 쌓여있는 상태라 고금리 유지는 증권사에만 유리한 불합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리를 내리라거나 융자 규모를 조절하라는 이야기가 아닌 금리 산정 투명성 및 객관성 제고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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