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성적 부정행위 구글, 성추행 사건 처리 관행 개선키로
3천600억원 기금 조성하고 사내중재 의무화 없애기로 주주들과 합의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한동안 성추행, 불륜 등 성적 부정행위가 줄을 잇던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사내중재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경제매체 CNBC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파벳은 이날 주주들이 회사의 성추행 사건 처리를 놓고 제기한 여러 건의 소송과 관련해 앞으로 성추행 의혹 처리 관행을 개선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에 따르면 알파벳은 직원이나 계약업자가 회사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무적으로 거쳐야 했던 사내중재를 선택 사항으로 바꾸고, 상사와 부하 간 연애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알파벳은 다양성·평등·포용 사업기금으로 3억1천만달러(약 3천640억원)를 조성하고 대외적으로 성희롱이나 인사상 보복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했던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성추행·성희롱과 관련해 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 직원에게는 퇴직 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구글은 밝혔다.
주주들은 구글이 과거 성추행 의혹에 연루돼 퇴사한 임원들에게 1억3천500만달러(약 1천590억원)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구글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례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은 성폭행 의혹으로 2014년 퇴사했으나 그 뒤 4년간 월 200만달러씩 총 9천만달러(약 1천60억원)를 퇴직 보상금으로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알파벳의 최고법률책임자(CLO)였던 데이비드 드러먼드는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몇 년간 최고위직에 머물다 올해 1월 퇴사했다.
주주들은 소송에서 "여성들은 성희롱을 당하고 남성 동료보다 열등하게 평가되는 '브로그래머'(brogrammer, 남성 중심적이고 마초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 문화"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이번 합의가 알파벳에 제도적 변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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