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달라졌다" 시카고 성소수자 촌 '보이스타운' 문패 바꿨다
미 최초 공식 '게이 촌' 지정…'성' 아닌 '지리' 기반한 명칭으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최초의 공식 '성 소수자 집단 거주지'인 시카고 '보이스타운'(Boystown)이 문패를 바꿨다.
보이스타운 지역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타운의 공식 이름을 '젠더'가 아닌 '지리적 위치'에 기반한 노스할스테드(Northalsted)로 변경한다고 공표했다.
개명을 주도한 지역 상공회의소 '노스할스테드 비즈니스 얼라이언스'(NBA)는 "'보이스타운'이라는 지역 명칭이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대신 편견과 차별을 조장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개명에 나섰다"고 밝혔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성 소수자 인권 운동가 데블린 캠프는 "미국 내 유명 게이 타운 가운데 유독 시카고만 성별을 나타내는 이름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NBA는 "주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8%가 보이스타운이란 이름에 불만이 없다고 답했지만, 이것만으로는 타운 명칭을 유지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젠 고든 NBA 대변인은 "시대가 달라졌고, 우리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한다. 어떤 성 정체성을 가졌든, 이곳을 찾는 모두가 환영받는 느낌이 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NBA는 앞으로 지역 마케팅에는 물론 시카고 시 행정상으로도 새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보이스타운' 배너와 온라인 웹사이트 제목 등을 2주 내 교체할 계획이다.
시카고 도심 북동쪽의 보이스타운에는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와 바, 이색 극장, 나이트클럽 등이 즐비하며, 이곳은 활기 있고 자유분방한 문화지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카고 보이스타운은 1960년대 성 소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시작됐고 1969년 뉴욕의 성 소수자 급습 사건에 반발한 1970년 성 소수자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리면서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뉴타운'으로 불리다 1980년대에 보이스타운이란 이름이 붙었다.
1997년 리처드 M. 데일리 당시 시장은 보이스타운을 시카고 시의 공식 '게이 타운'으로 지정했다.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98년에는 제임스 볼드윈(흑인 작가), 하비 밀크(정치인), 샐리 라이드(우주비행사) 등 성 소수자 커뮤니티 주요 인물의 기록을 새겨넣은 7.6m 높이의 무지개 철탑 10개가 주요 도로에 설치되고 특성이 강화되면서 이곳은 성 소수자들 '성지'가 됐다.
매년 '성 소수자 인권의 달' 6월이면 이곳에서는 초대형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운집한다.
특히 시카고 시 주민들이 미국 대도시 사상 처음으로 동성애 흑인 여성 로리 라이트풋(58·민주)을 시장으로 선출한 지난해에는 분위기가 최고조를 이뤘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