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방송 책임자, 홍콩 민주화세력 위험에 빠뜨려"
미 하원, 글로벌미디어국 국장 질타…인터넷 검열 우회 장비 예산 폐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 연방정부의 방송을 감독하는 수장이 의회로부터 홍콩 민주화운동을 방해하고 시위대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홍콩 민주화 운동은 미중 갈등의 주요 의제인데,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정부 방송 책임자가 당국과 엇박자를 낸 것이다.
이를 놓고 미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광경이 연출됐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나란히 마이클 팩 글로벌미디어국(USAGM) 국장이 홍콩 민주화운동 세력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질타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청문회에서 양당 의원들은 팩 국장이 미 연방정부 내 중국의 선전전에 맞서는 최고 전문가들을 해고하고,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기술적 장비를 위한 예산을 폐지해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미국의 노력을 손상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USAGM은 해외를 대상으로 한 매체인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운영하는 연방정부 산하 기관이다.
팩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인 스티븐 배넌의 측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한 VOA 보도에 불만을 표출하다 지난 6월 보수 성향 영화제작자 출신인 팩을 USAGM 신임 국장으로 지명했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는 바로 이를 인준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팩 국장이 USAGM 산하 오픈기술펀드(OTF)가 제작한 온라인 검열 우회 장비에 대한 예산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증인들은 홍콩의 많은 시위대와 언론인들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이 우회 장비를 사용했고, 이란이나 레바논 등 세계 곳곳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감시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OTF 이사회 캐런 콘블러 의장은 "OTF는 인터넷 자유를 지원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홍콩에서 그러한 노력을 확대할 계획이었다"면서 "그러나 홍콩보안법 시행 불과 몇주 전에 해당 예산이 폐지되면서 OTF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 위원장은 "러시아, 중국 등의 선전전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하고 단순하다.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라면서 "팩 국장은 오랜 기간 초당적 지지를 받아온 연방정부 기관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SCMP는 "당파성이 강한 여야가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를 공격하는 모습은 인권과 무역분쟁, 코로나바이러스 등으로 최근 몇년간 중국을 둘러싸고 의회에서 형성된 연대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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