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모두 피고인?'…영국 법원에서 변호사가 분노한 까닭은
20대 흑인 변호사, 법원 직원·다른 변호사에 수차례 피고인으로 오해받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런던 중앙형사법원 인근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법정변호사(barrister) 알렉산드라 윌슨(25)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의뢰인을 변호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
흑인 혼혈로 형사 및 가사 전문 변호사인 윌슨이 법원에 도착하자 보안요원이 이름을 물었고, 이에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줬다.
보안요원은 곧바로 피고인 명단에서 그녀의 이름을 찾았지만 당연히 발견하지 못했다.
윌슨은 "내가 변호사라고 설명하자 그는 곧바로 사과한 뒤 안으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의뢰인을 만난 뒤 윌슨이 검사와 의논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변호사가 윌슨에게 "당신 사건을 호출하기 전까지 밖에서 대기하라"고 말했고, 이에 윌슨이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하자 그 사람이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법정에 들어가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법원 서기가 매우 큰 목소리로 윌슨에게 나가라고 소리쳤고, 이에 윌슨이 "나는 변호사로 검사와 얘기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그제야 "그럼 좋다"며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기자로 보이는 한 인물은 자신에게 "변호사만 법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일도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BBC 방송,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윌슨은 영국 법원 행정을 담당하는 법원·재판소 서비스(HMCTS)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자신이 겪었던 일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녀는 "정말로 옳지 않다. 직장에서 계속해서 내 존재에 대해 정당화해야 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매우 굴욕감을 느껴 결국에는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갔다"면서 "법원 직원과 다른 법조인들에 대한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재판소 서비스는 윌슨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직원들을 신속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같은 일이 누구에게도 발생해서는 안 되며, 법원의 가치를 반영하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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