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상가 임대차보호법, 시행과정 부작용 최소화해야

입력 2020-09-24 15:46
[연합시론] 상가 임대차보호법, 시행과정 부작용 최소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코로나 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는 법률이 마련됐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감염병 유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이 임대료 감면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6개월 동안은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임대 계약 해지나 갱신 거절의 사유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영세 자영업자들이며 그들에게 최대의 부담이 임대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입법이 아닐 수 없다. 이 법의 취지를 살려 자영업자들이 적어도 전대미문의 위기 국면에서만이라도 임대료 걱정을 덜 수 있도록 만반의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만, 개정된 법률은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 분쟁의 소지가 크다. 임차인의 임대료 감면 청구권은 완전히 새롭게 등장한 조항은 아니다. 예전 법률이 임대료 감면 청구 사유로 규정한 '경제사정의 변동'을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1급 감염병 등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수정해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손실이 임대료 감면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손실을 보아야 임대료 감면을 요구할 수 있는지, 감면의 폭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한 규정은 없고 임대인의 수용 의무도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막상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료 감면을 두고 의견이 엇갈릴 경우 타협의 기준으로 삼을 잣대가 분명치 않은 것이다.

여기에다 임대료를 6개월간 연체해도 임차인에게 퇴거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조항 역시 임대인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코로나 위기로 인한 임차인의 손실을 아무런 책임이 없는 임대인이 함께 떠안아야 하느냐"는 임대인들의 항변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가뜩이나 많은 임대업자가 경기 부진으로 인한 공실률의 증가와 늘어나는 각종 세금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 법률은 임대인이 임대료 감면 요구를 수용한 경우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인상 한도를 5%로 제한한 규정의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했으나 그 범위를 넘어 얼마나 인상할 수 있는지 명시하지 않아 분쟁의 빌미가 될 우려가 있다. 이처럼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다 보면 임차인 보호를 위한 새 법률이 원래 취지대로 고통 분담을 통한 공생의 여건을 마련하기보다는 반목과 분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등 후속 법규를 통해 새 조항들의 적용 대상과 요건,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임대차 분쟁조정 절차를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또 임대인들에게 일방적으로 법 적용을 밀어붙이기보다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인책을 마련해 자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임대료 감면이나 연체로 손실을 본 임대인을 위한 대출 이자 감면, 대출 원리금 상환 일정 조정, 세제 혜택 등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대료를 인하해준 이른바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장하는 방안에 관해서는 이미 정치권 논의가 시작됐다. 무엇보다도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함께 고통을 나누겠다는 국민 모두의 인식이 절실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