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교도소 탈옥 中마약왕, 붙잡히면 바로 사형 집행"

입력 2020-09-24 11:16
수정 2020-09-24 17:09
인도네시아 "교도소 탈옥 中마약왕, 붙잡히면 바로 사형 집행"

감방 바닥에 6개월 구멍 파 하수관으로 탈옥…교도관 연루 의심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교정 당국은 감방 바닥에 6개월 동안 구멍을 파 탈옥한 중국인 사형수를 체포하는 즉시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차이 창판(53)이란 이름의 사형수가 자카르타 외곽 반튼주 땅그랑 1급 교도소에서 14일 새벽 탈옥한 뒤 열흘 넘게 행방이 묘연하다.

교도소 외곽 CCTV에는 14일 오전 2시 30분께 한 남성이 하수구에서 나와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이 찍혔다.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 반튼청장 안디카 드위 프라세티야는 "붙잡는 즉시 형을 집행하라"고 전날 지시했다.

법무인권부와 경찰, 마약단속청이 합동팀을 꾸려 차이를 추적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마약류 소지만으로도 최장 20년형에 처하며, 마약을 유통하다 적발되면 종종 사형을 선고한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 외국인 등 마약사범 18명의 사형을 집행한 뒤 4년째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작년 10월 취임한 검찰총장이 '사형 집행 재개' 방침을 내놓아 사형수들이 떨고 있으나 현재까지 집행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차이는 2016년 110㎏의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인도네시아로 밀수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차이는 2017년 1월 24일 자카르타의 경찰서 유치장에서 쇠막대기를 이용해 화장실 벽을 뚫고 탈출했다가 사흘 만에 붙잡힌 뒤 같은 해 사형선고를 받고 2018년부터 땅그랑 1급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같은 방 수감자는 "차이가 6개월 동안 감방 바닥에 구멍을 파고, 같이 탈옥하자고 권유했다"고 털어놨다.

교도소 측은 차이가 교도소 주방 공사장에서 스크루드라이버와 금속 막대 등을 구해 하수관까지 땅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차이는 직경 1m, 깊이 3m, 길이 30m의 터널을 파 하수관을 통해 교도소 밖으로 탈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네시아 하원의원들은 탈옥 현장 조사 뒤 "스크루드라이버 같은 거로 혼자 이렇게 장기간 구멍을 파낸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파낸 흙을 쌓아두지도 않았다"며 "교도소 직원 등 연루자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상세한 수사를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는 현재 탈옥 사건과 관련해 교도관 5명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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