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추진에 '설상가상'
"코로나19로 경제 어려운데 불확실성 커진다" 우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정부가 23일 집단소송제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등 또다른 규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계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비롯한 경제 규제 3법과 노동법 개정안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추가 규제가 나오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현재 개별 법률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의 테두리에 넣어 적용 범위를 일반화하고,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집단소송제' 법도 제정해 28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부가 또다시 기업부담을 늘리는 법안을 입법 추진하는 것은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계는 집단소송제를 전면 확대하고 증거개시제까지 도입할 경우 소송이 남발되는 부작용이 있고, 이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안감이 커진다고 걱정하고 있다.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의 대외적인 평판이나 신인도가 저하되는 등 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집단소송제 등의 도입은 승소 판결에 따른 거액의 배상을 목적으로 한 기획소송 등의 남소 우려가 크고 소송을 주도하는 참여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도에 기업에 합의금을 종용할 유인도 있어 기업들이 상시 소송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산업과 경제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추가 규제법안 도입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집단 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은 영국이나 미국처럼 민사 구제를 원칙으로 하는 국가에 맞는 것이지 우리 법체계와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한 영미권은 (기업의 잘못에 대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데,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정부 중심으로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처분이나 형사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영미식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의 부담과 제재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입법예고 과정 등을 통해 경제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획일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면서 징벌대상이 아님을 기업에게 입증하라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며 "기업에 미칠 파급력이나 부작용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정부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기업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고 논의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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