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소문난 잔치'에 국내 완성차업계 안도…가격경쟁은 예고
전기차 가격 40%가 배터리…"전기차업체 우열 가려질 것"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최평천 권희원 기자 = 전 세계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가 '소문난 잔치'로 끝나면서 잔뜩 긴장했던 국내 완성차 업체도 일단 한숨 돌린 모습이다.
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배터리 내재화가 아닌 원가 절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당장 국내 업체에 위협이 될만한 내용은 없었다는 평가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제조공정 고도화를 통해 향후 3년 동안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고, 2022년까지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까지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지금까지의 테슬라의 전략을 재확인하는 데 사실상 그쳤다는 점에서 업계도 크게 긴장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당초 기대나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전기차 시장 전반에는 혁신을 촉진하는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 SK증권[001510] 연구원은 "완성차 입장에서는 조금 더 빨리 시장으로 나아가야겠구나 하는 위기나 경각심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테슬라와 비교되는 만큼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고 출시 일정을 앞당기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약 3년 후에는 완전자율주행 전기차를 2만5천달러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업체 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단가에서 배터리 가격은 약 40%를 차지한다. 사실상 전기차의 가격을 배터리 가격이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 납품 단가를 낮게 잡을수록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만5천달러면 관세를 내고 들어와도 국내에서 3만달러 내에서 판매될 수 있는데 이는 쏘나타 가격 수준"이라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완성차업계도 긴장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전기차 수요는 부족한데 공급이 많아지면 업계의 출혈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배터리 업체가 배터리 가격을 내리고 그다음에 전기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체 원가를 낮추는 게 과제가 되며 결과적으로 우열이 가려지는 판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 업체 내에서는 이미 배터리 성능은 개선하고 원가는 낮추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테슬라의 발표로 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질 경우 한국 업체에도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LG화학[051910] 등이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다른 회사에도 납품하면서 기술이 더 빨리 확산하고 전기차로의 전환도 더 빨리 되며 가격도 빨리 내려갈 것"이라며 "현대차[005380]도 초기에는 격차가 있어서 다소 부담을 느끼겠지만 그만큼 대처를 하고 있어서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머스크가 "한 달 내 완전자율주행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오토파일럿'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의구심이 더 큰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자율주행은 언제 보여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미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국내에도 있지만, 완성도나 신뢰도, 안전 등의 문제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테슬라가 한 달 뒤에 내놓는 게 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통해 올해부터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2022년에는 로보택시와 모빌리티 사업자에게 자율주행 시스템과 지원 기술을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올해 3월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지난달 합작법인의 사명을 '모셔널(Motional)'로 공식 발표했다.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 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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