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 코로나에 발 묶인 중국의 북한식당 여종업원들

입력 2020-09-24 07:33
[차이나통통] 코로나에 발 묶인 중국의 북한식당 여종업원들

옌지 북한식당은 주점 형태 운영…국경 봉쇄로 고향 못가

통일 문제에 관심…한국인 단체 관광객 코로나로 발길 끊겨



(옌지=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보통 춘절(春節·설)에 한 번씩 고향에 갔다가 오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이 봉쇄돼 아예 갈 수가 없습네다."

북한에 인접한 중국 지린(吉林)성의 조선족 자치구 옌지(延吉·연길)에서 최근에 만난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북한 여종업원 A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년에 배치를 받아 옌지의 북한 식당에 나왔다고 한다. 다른 북한 여종업원 B씨는 베트남과 베이징(北京)에서도 일해봤다고 한다.

베이징에서는 인력 송출을 금지하는 대북 유엔 제재로 북한 식당 대신 일반 중국 식당에서 일하는 북한 여종업원들이 꽤 있다. B씨 또한 베이징에서는 중국 식당에서 일했다고 한다.

베이징과 달리 옌지 등 중국 동북 지역의 북한 식당들은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주점 형태로 운영된다. 즉 술을 팔아 매상을 올리는 업종이라는 뜻이다.

물론 간판은 북한 식당이지만 실제 주인은 중국인이고 종업원들만 북한 여성들로 구성돼있다.

팀 단위로 북한 여성들이 송출돼 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옌지의 이 식당만 해도 북한 여종업원들이 15명 정도 된다.

이들의 일상은 고달프다. 1년 내내 휴가나 쉬는 날이 따로 없다.

매일 저녁 7시에 본격 영업을 개시해 9시에 공연을 하고 새벽 2시까지 고객들에게 술을 판다. 그렇다고 오전에 쉬는 것도 아니다. 오전에 단장하고 나와 공연 연습을 하고 점심때는 커피나 음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 공연은 매우 다양하다. 전통춤부터 시작해 중국 및 북한 노래, 댄스까지 모든 걸 망라한다. 그래서 종업원마다 피아노, 성악 등 각자 주특기가 몇 개씩 있다.

공연이 끝나면 이들 종업원의 진짜 고충이 시작된다.

이 식당은 주로 저녁 늦게 문을 열어 술을 많이 마신 손님들이 오기 때문에 만취해서 난동을 부리거나 집에 가지 않겠다며 버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여종업원은 "이 식당에 올 때는 이미 만취된 된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라 소란을 피우거나 정신을 잃은 손님들을 달래서 보내는 게 일상다반사"라면서 "여자들만 있는 곳이지만 힘을 합쳐서 이런 일을 해결하고 있습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여종업원은 "요새 남한 젊은이들은 통일을 싫어한다고 하던데 맞습네까"라며 대뜸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기습 질문을 해왔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당연히 통일을 원한다고 하자 한 북한 여종업원은 "빨리 통일돼서 백두산을 중국이 아닌 북한의 삼지연을 통해 올라갑세다"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백두산을 가봤냐고 물어보니 북한 여종업원들은 대학생이 되면 한 달 동안 백두산까지 갔다 오는 호국훈련을 한다며 자랑했다.

평양에서 출발해 대부분의 여정을 행군으로 백두산까지 간다고 한다. 중학생 때도 선발해 백두산 행군을 한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에서도 백두산은 애국심을 고취하는 중요 수단인 셈이다.

그러다 군대 얘기가 나왔다.

군대 가서 총을 쐈던 경험담을 늘어놓자 북한 여종업원들은 남녀 모두 중학생 때 총 쏘는 걸 배운다며 별거 아니라는 듯 되받아쳤다. 심지어 수류탄 던지는 법은 유치원 때부터 배운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에서 최고의 신랑감은 누굴까.

북한 여종업원들은 잘 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보다 끝까지 가정을 지키며 보살펴줄 수 있는 성실한 남자가 최고라고 손을 꼽았다.

한 여종업원은 "경제력은 있다가 없을 수도 있지만 성실함과 사람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네다"라고 말했다.

이 북한 식당 또한 코로나19로 한국 단체 관광객이 자취를 감췄다.

북한 여종업원은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한국 손님들이 많이 와서 북적거렸는데 요즘은 한국인들은 볼 수가 없고 조선족 등 중국인 손님들밖에 없습네다"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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