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 위로하는 멕시코 치료견 '외눈 할리'

입력 2020-09-23 05:30
수정 2020-09-23 05:49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 위로하는 멕시코 치료견 '외눈 할리'

3살 심리 치료견, 병원 돌며 2천 번 이상 의료인들과 교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멕시코 한 병원의 의료진은 특별한 손님을 맞았다.

초록색 방호복에 노란 장화, 커다란 고글까지 갖춘 이 손님은 지친 의료진을 달래러 온 심리 치료견 '외눈 할리'다.

일간 엑셀시오르 등 멕시코 언론들에 따르면 3살 퍼그 수컷인 할리는 일찌감치 심리 치료견 훈련을 받았다.

임상 신경심리학자인 할리의 주인 루시아 레데스마는 키우던 할리가 어려서부터 차분한 성격에 낯을 안 가리고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심리 치료견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관찰력과 학습 능력도 뛰어났다.

1년 전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빨리 회복해 2주 만에 나머지 한쪽 눈으로만 생활하는 데 적응했다.

멕시코에 코로나19가 상륙한 이후 할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 최일선에 있는 의료인들을 위로하고 안정을 주는 임무를 맡았다.



레데스마가 일하는 병원에서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의료인들을 레데스마와 함께 만났다. 할리의 활약이 알려지자 다른 병원들에서도 요청이 쏟아졌고 병원을 직접 찾아가기 시작했다.

레데스마와 할리는 지금까지 멕시코시티 안팎의 병원 11곳을 방문해 2천 번 넘게 의료진과 교감했다.

장기화한 코로나19 위기로 지친 의료진은 방호복을 갖춰 입은 깜찍한 할리를 보고 앞다퉈 쓰다듬고 사진을 찍는다. 감염 위험 탓에 가족과 격리된 채 생활하는 의료인들에게 할리와의 스킨십은 큰 위로가 된다.

할리를 만난 의료인 95%가 할리 덕분에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고 엑셀시오르는 전했다.

할리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도 생겼다.

멕시코 공무원사회보장복지청(ISSSTE)은 트위터에 '외눈 할리의 세계'라는 만화를 올리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 등을 홍보하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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