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 자사주 팔아 120년치 순이익 벌어…주가 14% 급락(종합)
주가 고점에 2천154억원어치 매각…개인 투자자 손실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김아람 기자 = 과열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신풍제약 주가가 자사주 2천억여원어치 매각 소식에 22일 큰 폭으로 떨어졌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전날 장 마감 후 자사주 128만9천55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금액은 2천153억5천485만원이다. 홍콩계 헤지펀드 세간티 캐피털이 처분 대상 자사주의 절반가량을 사들인다.
신풍제약은 이번 매각 결정에 대해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 개발 과제를 위한 투자 자금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전날 신풍제약은 이사회에서 자사주 128만9천55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1주당 가격은 전날 종가인 19만3천500원에 할인율 13.7%를 적용해 산정됐다.
자사주 매각 소식에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풍제약은 전 거래일보다 14.21% 내린 16만6천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하한가 13만5천500원에 근접한 13만6천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신풍제약 사례처럼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자사주를 매각해 현금화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데 보통 자사주 매각은 시장에서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신풍제약은 주가 과열 논란이 뜨거운 종목인 만큼 자사주 매각을 두고 시장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자사주 매각을 두고 신풍제약 주주 게시판에는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개미만 호구네", "2천억원 먹튀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반면 "지금이 매수 기회", "홍콩 헤지펀드가 들어온 것은 호재"라는 등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주주들도 적지 않았다.
신풍제약은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지난 7월 폭등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7천240원이던 신풍제약 주가는 올해 들어 2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러나 주가수익비율(PER)이 4천742.86대 1에 달해 고평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 매각 금액 2천154억원은 작년 순이익(18억원)의 약 120배 규모다. 120년 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돈을 자사주 매각으로 한 번에 확보한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 입장에서는 (주가 급등이) 하늘이 내린 기회일 것"이라며 "자사주를 처분해 무엇을 하든 회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엄청난 자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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