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협상 또 안갯속…미중, 지배권 두고 공방 가열
바이트댄스·오라클 "내가 주인" 상반된 입장
트럼프 "합의하지 않을 수도" 경고 메시지
미국 안보 우려 vs 중국 알짜기업 약탈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마무리로 접어드는 것으로 관측되던 동영상앱 틱톡 인수합병 협상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와 인수 희망업체인 미국 오라클이 서로 주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 바이트댄스 "우리가 지분 80%" vs 오라클 "바이트댄스 주인 아냐"
21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이번 협상을 통해 새로 설립될 예정인 틱톡 글로벌의 지배권을 자사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 글로벌이 기술기업 오라클, 유통기업 월마트 등 미국 기업들의 투자를 거쳐 미국 증시에 상장되고 바이트댄스가 지분 80%를 보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라클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바이트댄스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라클은 "틱톡 글로벌의 설립 후 오라클, 월마트가 투자하고 주식은 이들 소유자에 배분될 것"이라며 "미국이 대주주가 되고 바이트댄스는 소유권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오라클 소식통을 인용해 틱톡 글로벌의 지분 36%는 바이트댄스 설립자를 포함한 중국 주주, 53%는 오라클,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주주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틱톡 금지령 내려놓은 트럼프 "중국 끼면 합의 없다"
틱톡 글로벌의 지배구조를 두고 이 같은 혼선이 빚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원점에 가까운 기준을 다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트댄스는 틱톡 글로벌과 아무 상관이 없게 될 것"이라며 "상관이 있으면 우리는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라클이 완전한 지배권을 가져야 할 것이며 바이트댄스가 현재 입장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글로벌의 지배구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명분은 틱톡의 국가안보 우려에 있다.
미국인 1억명 정도가 틱톡을 쓰는 까닭에 중국 기업이 틱톡을 지배하면 미국인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미국 정부와 의회의 근심이다.
그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바이트댄스가 틱톡과 관련한 모든 자산을 매각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지난달 내린 바 있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틱톡의 미국 사업체가 바이트댄스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도록 해달라고 촉구하며 오라클이 일부 지분만 갖는 합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중국 '기술굴기 결실 약탈당할라' 방어 총력전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방식의 인수합병은 중국 기술굴기의 대표적 결실 중 하나를 미국에 헌납하는 셈인 까닭에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로 간주되는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편집장 후시진(胡錫進)은 중국 정부가 합의를 반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 편집장은 "내가 알기로는, 중국의 국가안보, 국익, 존엄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현재 합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말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매각 행정명령에 맞서 틱톡의 핵심 알고리즘 이전을 금지할 수 있는 수출규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협상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강행되면 핵심기능이 빠진 틱톡의 껍데기만 미국에 넘길 것이라는 압박으로 바이트댄스에 협상력을 높이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핵심 알고리즘을 매각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오라클이 안보목적에서 소스코드(프로그래밍 언어로 쓰인 글)만 감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종합적으로 볼 때 틱톡의 인수합병 협상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때문에 차질을 빚는 형국이라고 해설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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