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선, 아녜스 임시 대통령 후보 사퇴로 더욱 '후끈'
反모랄레스 표 결집으로 결선 투표 가능성 커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선두를 달리는 좌파 후보와 이에 맞서는 중도·우파 후보들 간의 다툼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0월 18일 치러지는 볼리비아 대선엔 루이스 아르세 전 경제장관과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 시민 운동가 루이스 카마초를 비롯해 총 7명의 후보가 뛰고 있다.
지난해 10월 실시된 대선이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부정 의혹으로 무효가 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두 차례 연기를 거쳐 치러지는 선거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이끄는 좌파 사회주의운동(MAS)의 아르세 후보가 줄곧 선두를 달리고 나머지 '반(反)모랄레스·반MAS' 후보들이 뒤쫓는 양상이다.
반MAS 표가 분산된 탓에 아르세 후보가 결선 투표 없이 손쉽게 당선되는 것도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국면이 다소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모랄레스 퇴임 이후부터 우파 임시 정부를 이끌고 있는 아녜스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도 하차를 발표했다.
아르세 후보 지지율이 40%를 웃돈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였다. 현지 일간 라라손 등이 인용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르세가 40.3%, 메사가 26.2%, 카마초가 14.4%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아녜스는 10.6%로 4위였다.
볼리비아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얻고 2위에 10%포인트 이상 앞서면 결선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짓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아르세 후보가 일찌감치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다.
MAS 후보가 승리하면 현재 아르헨티나에 망명 중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복귀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민주주의 표가 여러 후보로 분산되면 결국 MAS가 이기고 말 것"이라고 사퇴 이유를 밝히며 "우리가 뭉치지 않으면 모랄레스가 돌아오고 민주주의는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아녜스 대통령이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았지만, 아녜스 표의 상당수가 메사 전 대통령에게 향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되면 1,2위 격차가 줄면서 11월 결선 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결선 양자 대결에선 중도·우파 표가 결집돼 막상막하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르세와 메사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에선 조사 기관에 따라 결과가 엇갈렸다.
메사 전 대통령은 무효가 된 지난해 대선에서도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1, 2위를 다퉜다.
대선 판세가 박빙으로 흐르면서 지난해와 같은 부정 시비와 혼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로드리고 리아사는 최근 로이터에 "선거 결과를 놓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대규모 시위를 야기하고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