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위취재중 고무탄 맞은 언론인 조롱…언론사는 반발

입력 2020-09-21 01:50
트럼프, 시위취재중 고무탄 맞은 언론인 조롱…언론사는 반발

유세서 '법과 질서' 강조하며 "아름다운 광경"…MSNBC "언론자유 침해"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 취재 도중 경찰의 고무탄을 맞은 언론인을 조롱하자 해당 언론사가 항의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자신에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을 비난해왔다.

20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네소타 선거 유세에서 지난 5월 경찰에 의해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미니애폴리스에서 취재하던 MSNBC 앵커 알리 벨쉬를 거론했다.

당시 현장에서 생방송 보도를 하던 벨쉬는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최루가스 통에 무릎을 맞고 쓰러졌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며 "그리고 그들(경찰)은 그냥 지나갔다. 그건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몇 주간 말도 안 되는 것을 봐왔는데, (경찰은) 뚫고 지나갔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 아니었느냐. 그게 법과 질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벨쉬는 자신은 최루가스 통이 아닌 고무탄에 맞았다면서 "트럼프는 내가 고무탄에 맞은 것을 이른바 '법과 질서'라는 '아름다운 것'으로 칭했다"며 "완전한 평화 행진을 취재하며 내가 어긴 법이 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경찰이 자신 주변에서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을 당시 "(그들에 대한) 자극은 없었다"며 "경찰은 군중 속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진입했다"고 말했다.

MSNBC도 성명을 내고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한 축"이라며 "언론인이 대중에게 알리고자 위험을 무릅쓰면서 입은 부상을 대통령이 조롱할 때, 수천 명의 언론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언론 자유를 해친다"고 밝혔다.

플로이드 사건 이후 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이를 취재하던 CNN 기자가 생중계 도중 경찰에 체포되는 등 언론인 상대 경찰 공격이 계속돼 논란이 된 바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때 고무탄에 맞은 뉴스 앵커를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말하며 조롱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이드 사망 이후 촉발된 전국적인 반(反) 인종차별 시위 속에 '법과 질서' 메시지를 담은 선거운동을 해왔으며, 그간 MSNBC와 소속 앵커들을 비판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하지 않는 MSNBC는 물론 CNN,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주류 언론들을 비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체제에서는 미국인이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찰과 시위대 간 발생하는 폭력적 충돌이 트럼프 대통령 리더십 속에서 지속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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