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일본] 경산성 라인 쫓아낸 스가…정책 주도권 어디로
재무성 기대감·민간 전문가 주목…스가에게 권한 집중 가능성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각료의 얼굴을 보면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 별 차이가 없지만, 막후 실세들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아베 내각의 실세였던 경제산업성(경산성) 출신 참모들의 퇴조가 두드러진다.
아베 정권에서 총리 보좌관과 비서관을 겸직한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총리 보좌관 하세가와 에이이치(長谷川榮一), 총리비서관 사이키 고조(佐伯耕三)가 스가 정권 발족과 더불어 물러났다.
이들은 모두 경산성의 전신인 통상산업성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선후배 사이로 아베 정권이 '경산성 내각'이라고 불리는 데 한몫한 인물들이다.
이마이는 제1차 아베 정권(2006년 9월∼2007년 9월)에서 홍보를 담당 사무비서관으로 활동했고 아베가 건강 문제로 물러난 후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하세가와의 권유로 아베와 함께 셋이서 도쿄 다카오산(高尾山)을 오르며 신뢰를 쌓았다.
이마이는 작년에 일본이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단행한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총리관저의 '참여'(고문역)로 기용되지만, 아베에 대한 예우 차원일 뿐 정책에 대한 영향력은 확 줄어들 전망이다.
스가가 차기 총리로 부상함에 따라 이마이 등이 밀려날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스가는 관방장관 시절 이마이의 입김이 세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휴교 요청 등 주요 정책 결정에서 배제되는 등 이마이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
경산성의 한 간부는 "지금까지는 관저, 경제산업성이 결정해 '가스미가세키'(霞が關)를 끌어당기는 모양이었는데 앞으로는 다를지 모르겠다"고 향후 정권 내에서 벌어진 주도권 다툼에 관해 교도통신에 의견을 밝혔다.
가스미가세키는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중앙 행정기관 밀집지구로 관료 조직 전반을 에둘러 칭하는 말이다.
국토교통성 출신으로 관광·첨단 의료 등 광범위한 정책을 담당해 온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보좌관은 아베 정권에 이어 스가 정권에서도 자리를 지켰다.
이즈미는 2018년 9월 인도 출장 때 여성인 오쓰보 히로코(大坪寬子) 후생노동성 심의관과 호텔 객실 내부가 연결된 '커넥팅 룸'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올해 초 아베로부터 주의를 받는 등 물의를 일으켰으나 스가의 지지를 확실히 받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출신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역시 경찰청 출신인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관방부(副)장관도 자리를 지켰다.
앞으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재무성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정권 이전에는 예산편성 권한을 지닌 재무성이 정책 결정의 중심이었는데 과거로 돌아간다는 전망이다.
한 경제 관료는 "총리는 앞으로 각 성청(省廳, 중앙행정기관)의 설명을 듣고 정책을 판단할 것이다. 설명을 잘하는 재무성의 반격이 시작된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자기 생각이 강한 스가의 캐릭터를 고려할 때 특정 부처가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가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좀처럼 진전하지 않는 정책 과제는 대체로 관청의 칸막이 행정이나 전례(前例)주의가 벽이 됐다"며 관료들의 현상 유지 성향을 비판했다.
그는 앞서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 TV에 출연했을 때는 "무엇을 할지 방향을 정했는데 (관료가) 반대하면 이동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스가가 총무상 시절부터 관료를 압박해 밀어붙이기로 유명했던 점 등을 고려하며 특정 성청이 아닌 스가 본인에게 결정권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교도통신은 스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민간 전문가에 주목했다.
골드만 삭스 증권 출신의 데이비드 앳킨슨 고니시(小西)미술공예사 사장이나 기타오 요시타카(北尾吉孝) SBI홀딩스 사장이 대표적이다.
앳킨슨은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삼자고 주장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중시하는 스가와 생각이 통하는 측면이 있고 지방은행을 재편한다는 스가의 아이디어는 기타오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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