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신분증에 '엄마 이름' 허용…미국 "여성 테러 우려"
여성 이름 찾기 캠페인 전개…"극단주의자, 여성 공격계획"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여성 인권유린 문제가 심각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신분증에 '어머니 이름'을 기재하는 것이 처음으로 허용됐다.
그동안 아프간 신분증에는 아버지 이름만 인쇄됐기에 인권·여성 운동가들은 어머니 이름도 같이 넣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19일 아프간 매체들과 외신에 따르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출생증명서와 신분증에 아버지 이름과 함께 어머니 이름을 기재하도록 하는 개정 법령에 전날 서명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아프간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거둔 중대한 승리"라며 "여성들이 자녀의 교육·건강관리에 관여하고, 자녀의 여권과 기타 서류를 발급받는 것이 훨씬 용이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인권·여성 운동가들은 아프간에서 아버지 이름만 신분증 등 공문서에 기재하는 것은 여성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든다며 어머니의 이름도 함께 쓰자고 요구해왔다.
아프간에서 여성들은 '00의 어머니', '00의 딸' 등 이름 대신 남성 중심 가족관계 호칭으로 불리고, 공문서 등 각종 서류는 물론 자신의 묘비에도 이름이 없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온라인에서 '내 이름은 어디에'(#WhereIsMyNam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아프간 여성의 이름을 찾아주자는 캠페인이 전개됐다.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이 집권할 당시 크게 훼손됐다.
탈레반은 과거 5년 통치 기간에 여성 교육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 등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했고, 당시 성폭력과 강제결혼이 횡횡했다.
이 때문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아프간 여성에게는 오히려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실정이다.
가령, 탈레반 전 사령관 사이드 아크바르 아가는 며칠 전 "신분증에 어머니 이름을 쓰는 것은 불명예"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은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여성'을 공격할 수 있다고 17일 우려를 내놓았다.
미국 대사관은 "극단주의 단체들이 교사와 인권운동가, 회사원, 공무원 등 다양한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공무원 등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사관은 공격 예상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탈레반은 그런 공격을 감행할 계획이 없다"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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