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패닉' 우려해 전국민 마스크 지급계획 막아"

입력 2020-09-18 10:16
"백악관, '패닉' 우려해 전국민 마스크 지급계획 막아"

WP, 미국 코로나19 초기 USPS 내부 이메일 등 입수

"난 죽고 싶지 않다"…우체국 직원들, 영업중단 호소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미국 연방우체국(USPS)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전 국민에게 마스크를 배송하는 계획을 준비했지만 백악관의 퇴짜로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감시단체인 '아메리칸 오버사이트'(American Oversight)와 함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1만여쪽의 USPS 내부 이메일, 메모, 발표문 등 각종 서류를 살펴본 결과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할 무렵인 지난 4월 USPS 지도부는 전국적으로 6억5천만장의 마스크를 배포하는 계획을 발표하고자 보도자료 초안을 준비했다.

이 계획은 애초 보건복지부가 고안해낸 것으로, 미국에서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지역부터 시작해 전국 모든 가정에 5장의 재사용 가능 마스크가 들어있는 패키지 하나씩을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도자료가 발표되기 전, 백악관이 이 계획에 퇴짜를 놓았다고 익명의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대신 복지부는 핵심 인프라 분야나 기업, 의료시설 등에 재사용 가능 면 마스크를 지급하는 6억7천500만달러 규모의 '아메리카 스트롱 프로젝트'(Project America Strong)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6억5천만장의 마스크 가운데 6억만장이 배포됐다.

이와 관련해 한 관리는 WP에 "백악관 국내 정책 위원회와 부통령실에서 각 가정에 마스크를 지급하면 불안과 공포(panic)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WP가 확보한 문서들은 대부분 지난 3∼4월 사이 작성된 것들로,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한 USPS의 불안정한 입지, 심각한 예산 부족 등으로 USPS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고충을 겪었는지 보여준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당시 우체국 직원과 배달원들이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우려했는지도 잘 나타나있다. 식당이나 상점 등 기타 영업시설들이 모두 셧다운한 상황 속에서도 우체국 직원들은 각 가정에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는 일을 계속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USPS 한 지부의 노조 대표는 당시 메건 브레넌 USPS 국장에게 보낸 메일에서 노조원 중 12명이 코로나에 걸렸다면서 "내게 무엇이라도 좀 하라고 소리치는 노조원들과 하루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있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며 당장 업무를 중단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을 펜실베이니아 우편배달부의 아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도대체 왜 심각하게 감염된 지역에, 모든 집집마다 그리 급하지도 않은 우편물을 배달해야만 하는가"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USPS는 직원들에 대한 보호 장구를 구비하고 직원들이 원할 경우 쉽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직원과 그 가족들의 우려가 계속되면서 그 이후에도 분노에 찬 이메일은 브레넌 국장의 메일함에 가득찼다고 WP는 전했다.

USPS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해결됐으며 우리는 3만여 지점에 매일 수백만장의 마스크와 장갑, 소독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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