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피한 116년 역사 미 윌슨천문대 "물 한방울까지 동원"

입력 2020-09-17 10:17
수정 2020-09-17 12:33
화마 피한 116년 역사 미 윌슨천문대 "물 한방울까지 동원"

152m 앞까지 불길 번져 소방관 사투…"알라모 전투 같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116년 역사의 유서 깊은 윌슨천문대가 화마를 가까스로 피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방국은 16일(현지시간) 패서디나 인근의 윌슨 천문대로 산불이 번지는 것을 사력을 다해 막아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1904년 설립된 윌슨 천문대는 다수의 관측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천문학 발전에 중대한 공헌을 한 역사적인 시설이다. 특히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이곳에서 후버 반사망원경을 이용해 우주의 규모를 측정하기도 했다.

지난 6일 로스앤젤레스 국유림에서 발화한 '밥캣' 산불은 11일째 타오르면서 천문대가 있는 윌슨산으로도 번졌다.

1천737m 높이의 윌슨산 정상에는 천문대를 비롯해 연구시설 등 50여동의 건물이 있으며, 로스앤젤레스(LA) 지역을 포괄하는 방송통신탑도 자리 잡고 있다.



불길은 전날 천문대에서 불과 152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고, 소방관들은 물탱크를 장착한 비행기와 헬기, 불도저 등을 총동원해 진화 작전에 나섰다.

때마침 바람이 잠잠해진 것도 천문대를 화마로부터 구해내는 데 도움이 됐다.

존 클리어워터 산림청 대변인은 "소방관들은 마지막 물 한 방울까지 동원해 윌슨산 꼭대기를 사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836년 텍사스 독립 전쟁 당시 주민들이 멕시코 정규군에 맞서 싸웠던 알라모 요새 전투를 언급하며 "(이번 산불 진화는) 알라모 전투의 축소판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윌슨 천문대는 2009년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소방관들의 사투 덕분에 화마를 피했다.

한편 재난 당국은 '밥캣' 산불 발화 당시 고압변전소에서 전기 회로 차단 현상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었다면서 현지 전력회사인 서던캘리포니아 에디슨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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