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8개국 "삼림파괴 계속되면 브라질 제품 구매 어려워질 것"
브라질 부통령에게 경고 서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유럽 국가들이 환경 문제를 들어 브라질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1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유럽 8개국은 아미우톤 모우랑 브라질 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아마존 열대우림 등에서 삼림 파괴가 계속되면 브라질산 제품 구매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우랑 부통령은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위해 설치한 아마존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서한에는 독일,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영국, 벨기에 등이 참여했다.
이들 국가는 "브라질에서 나타나는 삼림 파괴 추세는 유럽의 기업과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환경·사회·거버넌스 기준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면서 "유럽 공동체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는 삼림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우랑 부통령은 환경·농업부 장관과 협의하고 외교부 장관이 독일 대사를 만나 8개국의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우랑 부통령은 유럽 국가 대사들을 아마존 열대우림으로 초청해 브라질 정부의 삼림 보호 노력을 알리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의 정·재계는 그동안 대규모 삼림 파괴를 이유로 브라질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주요 투자자들이 삼림 파괴를 막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유럽의회 의원들은 유럽연합(EU)-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유럽의회 의원 29명이 호드리구 마이아 브라질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EU-메르코수르 FTA 협상에서 환경 문제를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브라질의 육류·곡물 등 1차 산품과 채권 등에 5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고 있는 유럽의 7개 투자회사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증가세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브라질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환경 문제에서 브라질에 대한 EU 측의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EU-메르코수르 FTA 체결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환경 문제를 이유로 한 외부의 경고가 이어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준비하는 브라질 정부도 고심에 빠졌다.
인프라 등 분야에 대한 외국 투자 유치 없이는 경제 회복 노력에 힘이 실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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