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터키·그리스, 나토서 긴장 완화 방안 논의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을 놓고 대립 중인 터키와 그리스의 군사 대표단이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터키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터키와 그리스 군사 대표단이 15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만나 동지중해에서의 우발적 사건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후속 회담은 오는 18일로 예정됐다"고 전했다.
터키와 그리스는 나토 동맹국이지만, 동지중해의 해상 관할권 문제와 키프로스 섬 인근 천연자원 개발을 놓고 대립 중이다.
2010년 미국의 지질조사 결과 터키 해안에서 지척인 키프로스 섬 인근 동지중해에는 17억 배럴의 석유와 122조 큐빅피트(cf)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달 11일 터키는 지질 조사선 '오루츠 레이스'를 키프로스 섬 인근 동지중해에 투입해 천연가스 매장 탐사에 나섰다.
오루츠 레이스의 작업해역은 키프로스 섬과 그리스 영토인 로도스·카파토스·카스텔로리조 섬 인근으로 그리스·키프로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양국은 1923년 터키 독립전쟁의 결과로 체결된 로잔 조약에서 이스탄불을 포함한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의 영토로 하고,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은 그리스 영토로 하는 데 합의했다.
조약 체결 당시에는 에게해의 섬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이 지역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와 석유가 발견되면서 배타적 경제수역과 자원 개발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고조하고 있다.
그리스·키프로스는 터키가 동지중해에서 자원 탐사에 나서자 프랑스·이탈리아와 함께 합동 해·공군 훈련을 실시하며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터키도 실사격 훈련으로 맞대응했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번진 양측의 긴장은 지난 12일 터키가 오루츠 레이스를 철수시키면서 다소 누그러들었으나, 언제든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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