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사망사고 책임은…미 검찰은 "보조운전자 과실치사"

입력 2020-09-16 15:52
수정 2020-09-16 16:15
자율주행차 사망사고 책임은…미 검찰은 "보조운전자 과실치사"

초유의 사건 주목…운전석서 운행 감시한 보조운전자만 기소

교통당국은 우버에도 '근본적 원인 제공' 질책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행자를 감지하지 못하고 치어 숨지게 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소프트웨어나 센서를 개발한 연구원이나 기업일까? 자율주행 차를 운용한 업체나 차주일까? 돌발 상황을 위해 배정된 보조 운전자일까?

구체적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미국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은 보조 운전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애리조나주 템페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당시 가해차량 운전석에 타고 있던 라파엘 바스케스(46)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바스케스가 타고 있던 우버의 자율주행 시험 차량은 2018년 8월 27일 밤 자전거를 끌고 도로를 횡단하던 엘레인 허츠버그를 치어 사망하도록 했다.

당시 차량의 운행을 감시할 목적으로 탑승한 바스케스는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교통당국의 결정은 바스케스의 항변과 달랐다.

템페 경찰은 바스케스가 도로를 보는 대신 아래를 내려다보는 행동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바스케스는 사고 당시에 노래 경연대회 프로그램인 '더 보이스'(The Voice)를 자신의 휴대전화기로 시청하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완전히 피할 수 있었던 사고"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도 바스케스의 행동에 무게를 두며 이번 사건에서는 우버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작년 3월에 밝혔다.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의 앨리스터 아델 검사는 "운전 중에 다른 짓을 하는 행위는 아주 중요한 문제"라며 "운전자가 운전석에 있을 때는 차량을 안전하게 통제하고 작동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통당국은 바스케스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운용한 우버에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작년 11월에 내놓았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바스케스가 비상 브레이크를 작동하지 않은 점, 우버가 안전에 적절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점,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기로 한 결정에 모두 잘못이 있다고 판정했다.

NTSB는 "바스케스가 운행 내내 휴대전화에 시선이 팔려 운전 환경을 감시하지 않은 게 사고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NTSB는 기계 결함을 불렀을 뿐만 아니라 바스케스의 방심도 부추겼다며 우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NTSB는 우버가 이번 사고가 발생하도록 부추기는 일련의 결정을 내려왔다며 개조해서 차량에 장착한 소프트웨어가 허츠버그를 보행자로 감지하지 못했고 운전자가 안일하게 자율주행에 의존하는 문제도 해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우버가 가해차량인 볼보 XC90의 자동제동시스템을 꺼 비상제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대신 보조 운전자가 돌발 상황에 조처하도록 했다는 점도 논란의 한 부분으로 소개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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