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코로나19 확산이 반유대주의 기폭제…시민이 맞서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2차대전 말기 나치의 학살 현장 찾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반(反)유대주의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의 유대인중앙협의회 70주년 기념식에서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가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라면서 "오늘날 더 가시적이고 억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서 여러 차례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의 표현을 보는 것은 매우 부끄럽고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독일 시민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독일 정부의 반유대주의 커미셔너인 펠릭스 칼라인은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가 퍼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코로나19가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실시한 생화학무기 실험의 실패 결과로 퍼졌다는 음모론이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기도 했다.
독일에서 반유대주의는 점점 더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해 반유대주의 범죄는 2천32건으로 집계돼 전년과 비교해 13%나 늘어났다.
지난해 10월에는 동부 도시 할레의 유대교회당과 인근 지역에서 신나치주의자에 의한 총격 테러가 발생해 2명의 시민이 숨졌다.
독일 지도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자행한 600만 명의 유대인 대학살을 참회하고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위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반유대주의를 배격해왔다.
이와 함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봄에 나치 친위대에 의해 자행된 학살 현장인 가르델레겐의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90㎞ 떨어진 이곳에서는 전쟁 당시 유럽 전역에서 독일의 강제수용소로 끌려온 비(非)유대인들이 사살당하거나 헛간에서 불에 타죽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이 극소수라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권위주의와 민족주의의 부활은 가르델레겐 기념관의 중요성을 강조해준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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