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웨이 제재' 파상공세…중국 '美대선까지 참자'

입력 2020-09-15 20:09
미국 '화웨이 제재' 파상공세…중국 '美대선까지 참자'

미국, 화웨이·신장 제재에 주중 대사까지 교체

중국, 연일 대미 비난 속 강력 보복보단 우군 확보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이 15일 중국을 상징하는 기업인 화웨이(華爲)를 본격 제재하는 등 군사, 외교, 경제적으로 중국을 향해 전방위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중국은 연일 대미 비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선제 보복이나 정면 대응은 자제한 채 지연 전술로 맞서고 있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움직이자는 중국 지도부의 복안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화웨이 제재에 주중 미대사까지 교체…'신장 카드'도 꺼내

15일부터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한 세계의 전 반도체 기업은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제품을 팔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승인해줄 가능성은 희박해 사실상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가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최대한 비축한 재고 부품으로 버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오는 11월 미 대선 이후에도 계속 지금과 같은 고강도 제재가 계속된다면 부품 부족으로 화웨이는 고사 직전에 몰릴 전망이다.

또한, 미국 행정부는 인권 문제와 강제 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新疆)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 의료, 헤어제품, 전자제품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정부는 표면상 재교육 명목으로 이슬람교도인 100만명 이상의 신장위구르 소수민족을 억류한 데 대해 중국 정부를 압박하려 이런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1985년부터 30년 넘게 두터운 친분을 이어온 테리 브렌스태드 주중 미국대사의 전격 교체도 중국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브렌스태드 대사가 물러나고 후임에는 대중 강경파인 미국의 매파 인사가 부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중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더불어 후임 주중 미국대사와도 버거운 말싸움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도 계속 자극하고 있다.

미국은 군함을 동원한 무력시위와 함께 지난달 초순 앨리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이달 대만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아울러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과 남중국해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해 중국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국, 대미 비난 속 강력 보복 자제…우군 확보 주력

이런 미국의 파상 공세에 맞선 중국의 전략은 지연 전술을 통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버티다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외교부 등을 통해 연일 반미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보복 조치가 나오지 않는 것은 현재 대미 반격을 가속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꺼내든 '중국 때리기'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는 일단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향후 대응 방안을 생각하자는 것 같다"면서 "이후에도 중국은 정면 대응보다는 시간을 끌면서 맞설 힘을 기르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대표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해서도 정면 대응은 자제한 채 중국 주도의 데이터 안보의 국제 기준을 정하기 위한 자체 구상인 '글로벌 데이터 안보' 이니셔티브를 내놓고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등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들에게 이 구상에 참여해 달라고 적극 요청하기도 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데이터 보안과 관련해 "다자주의를 견지하면서 글로벌 데이터 보안 규칙이 각국의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일부 국가가 일방주의로 선두 기업을 공격하는 것은 노골적인 횡포로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짧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미국 사업을 반드시 자국 기업에 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중국 정부는 틱톡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음성·문자 인식 처리 등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을 수출 통제 목록에 올리면서 협상에 재를 뿌렸다.

결국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회사 바이트댄스가 틱톡 미국 사업 부문을 파는 대신에 미국 기업과 기술 협력을 통해 미국의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수정 제안을 내놓으면서 인수 협상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미군 정찰기의 남·동중국해 비행과 미 해군 구축함 대만해협 통과로 연일 위협하고 있으나 중국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26 대함 탄도미사일 발사로 경고했을 뿐 무력 충돌까지 고려한 적극적인 대응은 못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수뇌부와 화상 회의를 통해 우군 확보에 주력하면서도 홍콩과 신장 문제 등은 중국의 핵심 주권이라면서 "내정 간섭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경고성 발언을 이어 갔다.

한 소식통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최근 중국 고위급의 유럽과 아시아 방문은 미국의 우군 세력을 떼어놓으려는 전략의 일환"이라서 "중국은 이미 미국과 패권 다툼을 위한 장기전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