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 협력하자더니…인도네시아 "中해경선 영해 침범"

입력 2020-09-15 11:54
중국, 남중국해 협력하자더니…인도네시아 "中해경선 영해 침범"

中 국방장관 아세안 4개국 연쇄 방문 끝나자마자 '영해 침범'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중국 국방장관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남중국해 협력'을 강조하고 돌아서자마자 중국 해안경비선이 인도네시아 나투나제도 인근 영해를 침범하는 일이 발생했다.



15일 안타라통신,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이달 8일 자카르타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과 만나 "중국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 유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강화할 용의가 있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웨이 부장은 이달 7∼11일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 아세안 4개국을 잇달아 방문해 '남중국해 협력'을 강조하면서 최근 남중국해 문제로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는 데 힘을 쏟았다.

미국은 올해 들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대폭 강화하는 등 반(反)중국 전선 구축에 나서 중국과 국지적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웨이 부장은 아세안 4개국을 연쇄 방문해 "역내 국가 간 협상으로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촉구,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을 배제하려는 속내를 가진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14일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토요일인 12일 중국 해안경비선이 나투나제도 영해를 침범했다"며 "자카르타의 중국 대사관에 해명을 요구하고, 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국 해역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해경 대변인은 "중국 해안경비선은 '중국 해역을 순찰 중'이라고 주장했다"며 "인도네시아의 배타적 경제수역이라고 말했음에도 움직이지 않고 버티다가 14일 정오께 우리 해역을 떠났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부터 남중국해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의 어업권 등을 놓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여왔다.

작년 말에도 중국 순시선이 자국 어선들을 호위해 북나투나해에 침입, 양국 간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올해 1월 8일 전용기를 타고 나투나제도를 방문하기도 했다.

황금어장이자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인 나투나제도 인근 해역은 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이지만, 중국이 자국령으로 주장하는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과 일부 면적이 겹친다.

남해 9단선은 1940년대 중국이 남중국해 해역과 해저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선으로 남중국해 전체의 90%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