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 백악관서 UAE·바레인과 평화협정 서명한다

입력 2020-09-15 06:00
이스라엘, 미 백악관서 UAE·바레인과 평화협정 서명한다

건국 72년만에 걸프 아랍국가와 친구로…트럼프 중재로 잇달아 수교 합의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과 팔레스타인은 반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평화협정을 맺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한 평화협정 서명식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참석하고 UAE와 바레인에서는 각각 외무장관이 자리에 나올 예정이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교장관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장관 가운데 유일하게 서명식에 참석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평화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걸프지역 국가들의 수교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UAE와 이스라엘은 지난달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이 걸프 지역 아랍국가와 수교에 합의하기는 72년 만에 처음이다.

약 한 달 만인 이달 11일에는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현재 공식적으로 수교를 맺은 이슬람권 아랍국가는 이집트, 요르단 등 2개국에 불과한데 이제 걸프지역으로 무대를 넓힌 것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1979년 인접국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었고 1994년에는 요르단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동안 아랍국가들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유대교가 주류인 이스라엘과 적대적이거나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이스라엘과 UAE 및 바레인의 평화협정은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UAE와 바레인 모두 미국에 안보 분야에서 많이 의존하는 친미국가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 UAE는 이란의 위협에 맞서 F-35 스텔스 전투기와 다른 첨단 무기들을 수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인구가 약 160만명인 소국 바레인에는 미 해군 5함대가 주둔 중이다.

바레인은 지배층이 이슬람 수니파지만 국민의 60% 이상이 시아파이고 이슬람 수니파 대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접한 관계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중동에서 외교 성과를 부각하려고 수교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은 앞으로 오만, 수단, 모로코 등 다른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수교에 나설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란과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의 수교 합의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란은 UAE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합의에 대해 "이슬람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탄했고, 바레인을 향해서도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의 공모자"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에 맞서온 팔레스타인도 UAE와 바레인이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15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과 UAE 및 바레인의 평화협정을 거부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dpa통신이 전했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