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처음 만난 김정은에 '제거하길 원치 않는다' 말해"
우드워드 신간 '격노'…1차 북미정상회담서 '카다피 말로' 발언 해명한듯
북미정상회담 비판론엔 '분통'…"김정일 혐오한 부시는 아무것도 못 이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처음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당신을 제거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입수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엄청난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이런 발언을 했다고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당시 북미 정상은 악수한 뒤 이어 단독 회담을 진행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똑똑함을 넘어섰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우드워드에게 말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와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한 이전 발언과 관련, 자신은 김 위원장을 제거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북한이 위대한 경제 강국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그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리비아의 카다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1차 북미정상회담이 무산 위기를 맞았다.
카다피는 리비아가 핵무기를 폐기하고 몇 년 되지 않아 서방의 군사작전으로 목숨을 잃은 인물이다.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우리와 회담을 하게 될지 핵무기로 결전을 벌일지는 오롯이 미국의 결정과 행동에 달려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성명에서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 드러났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뜻의 서한을 보냈다.
그러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가 조율에 나서면서 북미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우드워드는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너무 많은 힘을 부여한 게 아니냐는 우드워드의 질문에 욕설을 섞어가면서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반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많은 사람을 굶겨 죽이고 수만 명을 중노동 수용소에 수감시켰다는 이유로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혐오했다고 말을 꺼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한 태도 때문에 그(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면서 "그러는 사이 그들(북한)은 지난 (미국의) 두 행정부 기간 거대한 핵전력을 구축했다"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한 뒤 북미정상회담의 정당성을 거듭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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