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백만명 태울 수 있는데…" 북미 위기때 홀로 성당 간 매티스
'북한에 핵무기 써야 하나'…햄릿처럼 고뇌"
우드워드 신간서 2017년말 북미 대치 상세 소개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이율 기자 = 북한과 미국 간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2017년 말,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혼자 워싱턴DC의 국립대성당까지 찾아가 북미 대치 상황을 놓고 기도를 했을 정도로 고심했다는 일화가 공개됐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는 15일 출판될 신간 '격노'에서 매티스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매티스 장관이 북한과의 핵전쟁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홀로 고뇌했던 일화를 상세히 소개했다.
1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격노'의 일부 내용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2017년 어느 날, 업무가 끝난 뒤 워싱턴 국립대성당을 조용히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경호원에게 성당 안에 혼자 들어가 기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했다. 북한이 처음으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게 되면서 북미 간 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에게 북한에서 날라오는 어떤 미사일이라도 요격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했다. 만약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한다면 북한은 추가 미사일 발사에 나설 것이고, 이는 곧바로 북미 간 핵전쟁이라는 악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매티스 장관은 특히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MEL)까지 다수 보유하면서 핵 관련 기술을 갖추게 된 데 대해 놀랐다고 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까지 매티스 장관을 더욱 고심하게 했다. 대통령의 지시가 너무 '임의적이고, 충동적이며, 사려 깊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매티스 장관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수백만의 시민을 죽일 수도 있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서였다.
핵무기 사용을 최종 승인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매티스 장관은 자기가 어떤 조언을 하느냐도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드워드는 매티스 장관이 국립대성당 뒤편에 있는 '워 메모리얼 채플'(War Memorial Chapel)로 홀로 들어가 고뇌를 거듭했다면서 "핵무기는 실제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억제 목적으로 있는 것이고, 그걸 사용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지만 그는 미국을 지키기 위해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생각해야만 했다"고 적었다.
우드워드는 "매티스 장관은 '만약 그래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백만 명의 사람들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데'라고 스스로 물었다. 그는 '아무도 수많은 사람을 죽일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게 내가 직면해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그 이후에도 매티스 장관은 국립대성당을 몇차례 더 방문했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이론상의 우려가 아니라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매일 생각해야 했고, 그것이 매일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고 우드워드에게 털어놓았다.
우드워드는 "(북한과) 군사적 대립으로까지 가야만 하는 것인지, 매티스 장관은 자기 자신과 계속해서 논쟁하는 햄릿이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한편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지만, 물밑으로 훈련은 이어졌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작은 단위는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병력이 막사에 앉아있으면 좋지 않다.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에게 훈련을 안 하는 장병은 무가치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펜타곤에 복귀해 소대, 대대, 여단, 연대 수준의 훈련은 계속된다면서 공중, 해상 훈련도 지속한다고 명령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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