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조선족학교, 중국어 과목 교과서에서 한국어 설명 제외 움직임
"中국가정책에 따른 조치…도덕과법치·역사 과목 교재도 교체 예정"
최근 네이멍구서 반대시위…소식통 "中, 소수민족에 대한 중앙집권 강화 움직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최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 중국어 교육 강화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중국 내 일부 조선족 학교들에서 한국어 설명이 빠진 중국어(語文) 과목 교과서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중국의 A 지역 조선족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한 이번 달부터 한국의 초등학교 1~6학년과 중학교 1~2학년에 해당하는 1~8학년의 중국어 과목 교과서를 교체했다.
기존 옌볜(延邊) 교육출판사 교재는 중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어 설명이 함께 쓰여있고 예문에 조선족 관련 내용도 반영된 반면, 이번에 바뀐 인민교육출판사 교재는 중국 전역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중국어로만 기술된 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국가정책에 따른 조치"라면서 "어느 민족이든 중국어 과목 교과서는 번역하지 못하고, 중국어로 기술된 교재로 학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학교는 정치 과목에 해당하는 도덕과법치는 2021년, 역사 교과서는 2022년부터 중국어로만 기술된 교과서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어·도덕과법치·역사 등 3개 과목의 공통 교육을 강조하면서 교재도 순 중국어로 된 것으로 통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3과목 이외에는 학교의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A 지역의 또다른 조선족 학교 관계자는 "이달부터 1학년(초등학교 1학년)과 7학년(중학교 1학년) 중국어 교과서, 7학년과 10학년(고등학교 1학년) 역사 교과서를 인민교육출판사 것으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민족정책에 따른 것으로, 번역이 정확하지 못한 것에 대비해 공통교재로 변경한 것"이라고 밝혔다.
B 지역 조선족 학교도 "이번 학기부터 1학년 및 7학년 중국어 과목 교재를 인민교육출판사 것으로 바꿨다"고 전했다.
다만 조선족 학교의 교과서 변경이 동일한 속도로 진행 중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C지역 조선족 학교는 "그러한 소문이 있지만 아직 공문을 받은 바 없다. 지금은 한국어·중국어 모두로 기술된 교재를 쓰고 있다"면서도 "1~2년 사이에 바뀔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D 지역 사교육 업체는 "인근 학교들은 아직 기존 교재를 쓰고 있지만, 1~2년 사이에 바뀔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고, E 지역 학교는 "기존 교재를 쓰고 있고 교재 변경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올해 하반기부터 조선족학교 교재 등을 새로운 것으로 쓴다는 것 같다"면서 "조선족뿐만 아니라 소수민족들에 대해 중앙집권적 교육, 한화(漢化·중국문화 동화) 강화 움직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로서는 신장(新疆)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문제까지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데 신경쓰고 있을 것"이라면서 "중앙정부가 소수민족 의견을 어떻게 수용할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네이멍구 자치구에서는 이러한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수천 명의 몽골족이 이들 3개 과목 교과서를 몽골어에서 중국어로 대체하는 데 반대해 시위를 벌였다.
군중들은 학교 밖에서 '몽골어를 배우는 것은 빼앗길 수 없는 권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구호를 외쳤다.
미국에 있는 네이멍구 인권단체 관계자는 지난 70년간 중국이 네이멍구에서 문화 말살을 계속해왔다면서 "몽골어는 몽골족의 정체성에 마지막 남은 상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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