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산불 화염 8천km 날아 영국 하늘까지 주황색 물들여

입력 2020-09-14 12:57
수정 2020-09-14 13:18
미 산불 화염 8천km 날아 영국 하늘까지 주황색 물들여

북대서양에서 강하게 분 제트기류 타고 이동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최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전례 없이 심각한 산불의 화염이 대서양을 건너 8천km나 떨어진 영국의 하늘도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일부 지역의 하늘에서 주황빛이 관찰됐다면서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기상예보업체인 맷데스크는 이날 트위터에 주황빛 하늘 사진을 올리면서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발표를 보면 이번 주황빛 화염이 미국 서부에서 날아왔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의 마크 패링턴 수석 과학자는 "에어로졸(대기 중의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캘리포니아발 화염이 이날 영국과 북해를 뒤덮기 전 아일랜드에 먼저 상륙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레딩대학교 사이먼 리 기상학 교수는 "지난 며칠간 제트기류(상층의 강한 바람띠)가 북대서양에서 유럽을 향해 강하게 불었다"면서 "이로 인해 북미의 에어로졸이 그대로 영국에 빠른 속도로 옮겨져 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등 미 서부 해안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낙뢰로 발생한 '어거스트 복합 파이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산림을 가장 많이 태운 산불로 기록되기도 했다.

산불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국은 인근에 거주하는 50만명 이상에 대피령을 내렸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11일 기준 15명으로 집계됐지만, 불에 탄 주택의 수색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부의 산불에서 비롯된 화염이 북미를 훑고 지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은 여러 지역에서 나타났다.

지난 9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하늘은 주황빛 화염으로 뒤덮여 한낮에도 빛이 제대로 들지 않았다. 다음날 샌프란시스코의 하늘이 원래 색을 되찾자 그다음 날인 11일 캐나다 북서부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화염으로 인한 심각한 대기오염이 보고됐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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