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에 남아공 금광업체 '반짝'…장기 전망은 여전히 흐림

입력 2020-09-14 11:13
금값 상승에 남아공 금광업체 '반짝'…장기 전망은 여전히 흐림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몰락해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금광 산업에 최근 금 가격 강세와 현지 통화인 랜드화의 약세가 구명줄 역할을 해 현지 금광 업체의 영업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때 세계 1위의 금 생산지였던 남아공은 광산 채굴 갱도가 갈수록 깊어지는 등 비용 증가로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최근에는 8위권 국가로 떨어졌고 생산 점유율은 3.3%에 불과하다.

당연히 현지 금광업체도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안전자산이 주목받으며 금값이 올해 들어 온스당 2천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인 데다 랜드화 가치는 미 달러화에 대해 16% 평가 절하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재 남아공 금 생산의 절반 이상을 맡은 시바니예 스틸워터와 하모니 골드 마이닝의 영업 실적이 확연히 개선됐다.

하모니 골드 마이닝은 올해 사업연도 영업 잉여현금흐름 마진이 13∼15%로, 작년도 7%의 약 2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시바니예 스틸워터는 남아공 금광 사업의 올해 상반기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1억100만달러로, 작년 동기 2억700만달러의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남아공 금광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추락은 여전히 미해결 문제로 남아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아공의 온스당 금 채굴 비용은 미국, 호주 등은 물론 아프리카 인근 국가인 가나, 말리 등보다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예컨대 지난 2월 하모니가 세계 3위 금광 업체인 앵글로골드아샨티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남아공 금광은 올해 상반기 온스당 채굴 비용이 1천155달러로 같은 앵글로골드아샨티 소유의 다른 아프리카 지역 평균 채굴비용(온스당 690달러)의 2배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최근 금값 강세 등 환경 변화가 남아공 금광 산업의 추락을 단기간 막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지는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남아공 스탠더드뱅크그룹의 자회사인 SBG증권의 애널리스트 에이드리언 해먼드는 최근 환경 변화가 "성장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생산 추락 속도를 늦출 뿐"이라고 말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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