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영국 총리 등 정관계 인사 신상정보 수만건 수집"

입력 2020-09-14 09:56
"중국 기업, 영국 총리 등 정관계 인사 신상정보 수만건 수집"

"중국 공산당이 정치 개입 의도로 민간 기업 활용"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중국의 한 IT 기업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포함해 영국 주요 인사들과 가족의 신상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기업은 존슨 총리 외에도 왕실과 종교 지도자, 군 지도부 등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모았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선전 지역에 본사를 둔 '쩐화(振華) 데이터'라는 이 업체는 지난 2018년 4월 설립했으며, 회사 목표를 '전 세계 공개 데이터와 정보를 수집해 중국의 부흥을 돕는다'고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 왕자에 대해서는 '작가, 폴로 선수, 기업가, 화가, 헬리콥터 파일럿, 귀족' 등으로 적혀 있었다고 한다.

중국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화웨이의 영국 5G 사업 참여에 강력히 반대한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신상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존슨 총리와의 과거 비밀 통화가 폭로되기도 했던 옥스포드 대학 동창 다리우스 구피도 '친한 친구'라고 분류돼 수집된 정보에 포함됐다.

이 회사가 수집한 정보에는 이름과 생년월일, 교육, 직장, 범죄 경력, 소셜 미디어 계정 등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터넷에서 끌어모은 내용이 포함됐다.

또 영국 기업인과 학자, 영국과 미국 해군 선박의 동선도 판매 리스트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영국 주요 인사 4만명의 파일과 함께 미국, 캐나다, 인도, 일본 출신의 수백만명도 정보 목록에 들어 있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특히 군사나 영국 정치와 관련된 키워드로 수십만건의 트위터·페이스북을 검색해 영국의 정보 체계를 파악했다는 게 텔레그래프의 설명이다.

이는 한 반중 단체가 올해 이 업체로부터 모든 정보를 빼내 영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로 구성된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전달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투겐다트 위원장은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중국이 영국 정치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의 접근을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외국의 정치에 관여하려는 게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투겐다트 위원장은 또 "중국의 민간기업이 정보 수집에 활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최근 영국과 중국 관계가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와 화웨이의 영국 5G 사업 참여 불허를 계기로 경색된 상황에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중국 공산당이 민간 기업과 협력해 정보를 빼내려 한다는 의혹도 다시 불거지게 됐다.

텔레그래프가 이 회사에 입장 표명을 요구한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가 삭제됐으며, 중국 정부 역시 정보기관과 해당 업체의 연관 의혹에 대해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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